학교이야기

5학년과 사고뭉치 일곱 교사

글. 전은혜(서울세명초등학교 교사)

열정 가득한 3년 차 날달걀 저경력 교사 다섯 명과 부족함을 채워줄 두 명의 중견 교사가 함께 모여 우리의 2018년 5학년 생활이 시작되었다. 설레는 마음, 무거운 몸으로 학년 말 방학 때 꼬박 학교에 나와 교육과정 재구성 및 1년의 계획을 짜던 우리는 큰 고민에 빠졌다. 5학년의 교과내용이 아이들한테 매우 어렵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작년보다 고작 1살을 더 먹었을 뿐인데 내용은 몇 배가 더 어려워지다니, 아이들이 탁한 눈으로 멍하게 수업을 듣는(척하는) 모습이 눈에 훤했다. 그래서 우리는 1년 교육 살이의 최고 목표를 ‘꼭 필요한 내용만 알차고 재미있게 가르치기!’로 잡았다.

첫 번째로 우리가 벌인 일은 ‘배틀 트립: 여행 프로젝트’였다. 우리는 5학년이 도달해야 할 핵심 성취 기준에는 도달하면서도 아이들이 재미있게 학습할 방법을 고민했고, 그 방법은 아이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해했다. 기본적인 포맷은 아이들이 여행사 직원이 되어 여섯 개의 지역에 처음 가보는 사람들을 위한 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그 상품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발표 후 평가받는 것이다. 여행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먼저 각 지역의 위치, 기후, 지리적·문화적 특징, 인구 등에 대해 알아야 했다. 지역 정보는 물론이고 숙소, 식당, 교통편, 관광 계획, 총비용 등 정말 여행사 패키지 여행 상품처럼 모든 내용이 담겨 있어야 했다. 약 2~3주에 걸쳐 아이들은 여행 상품 계획서, 전단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완성했다.

아이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낀 건 5학년의 능력치가 생각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과 생각보다 팀 협력 수업을 좋아한다는 것. 또한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서로 토의하고, 때로는 부딪히고, 때로는 웃으며 성장해나간다는 것. 평소에 친구들과 모둠 활동하는 걸 힘들어하거나 지루해하던 아이들도 이 프로젝트에는 즐겁게 참여했는데, 그 이유는 ‘모범 답안’이 없기 때문이었다. 어떤 생각이든 모두 ‘아이디어’가 됐으며, 자유롭게 생각하고 만들어낼 수 있었다.

대망의 마지막 수업 날, 우리 5학년은 시청각실을 이틀간 통째로 빌려 5학년 전체 학생들과 교장, 교감선생님까지 초대하여 PT를 진행했다. 아이들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만든 프로젝트여서 그런지 발표 태도 또한 너무나 진지했고, 관객들의 태도 역시 성숙했다. 이 프로젝트는 1학기에 진행됐는데, 꽤 많은 아이가 직접 짠 그 여행 계획으로 여름방학 때 가족들을 모시고(?) 여행을 다녀왔고, 겨울방학 때 갈 예정인 아이도 많았다. 이 훌륭한 어린이 가이드들은 “가족들한테 소개도 해야 하고, 설명도 해야 해서 너무 힘들었어요. 다들 저만 찾더라니까요. 나 참”이라며 앓는 소리를 해댔지만, 그 당당함과 자긍심을 숨길 수가 없는지 샐쭉샐쭉 미소를 지어댔다.

우린 이 외에도 몇 개의 일을 벌여놨다. 팀티칭, 온작품 읽기, 스토리텔링, 단원 순서 재구성 등등. 사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대부분 과목을 다 재구성하여 수업하고 있다. 이렇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굉장히 힘들고 머리가 아픈 건 사실이다. 재구성을 위해 방학 동안은 물론이고, 학기 중에는 일주일에 3번 이상 동 학년이 모여 회의한다. 하지만 이렇게 피땀 흘려 재구성한 수업을 하면 정말 제대로 ‘교육’이란 걸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는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가르치는 교사의 가슴이 달라진다. 우린 교육과정 재구성에 중독되어버려서,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사고를 치면서 아이들이랑 살아갈 것 같다. 올해 사고뭉치 교사 7명이 모여 있으니 일이 끊이지 않는 5학년이지만, 우리는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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