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교육

통합운영학교의 설립 의의와 비전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공동체

서울에서 2019년 첫 번째 통합운영학교가 문을 열고 학생, 학부모, 시민에게 다가간다. 해누리초·중학교 신설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강빛초·중학교와 함께 2개교, 2023년까지 4개교, 2030년까지 10개교를 통합운영학교로 지정할 계획이다. 그 시작에 앞서 통합운영학교의 존립이 우리 교육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며 앞으로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글. 임연기(공주대학교 명예교수)

국내외 통합운영학교의 모습

통합운영학교는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명칭의 학교다. 현행 법령에서 학교의 종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특수학교, 각종 학교로만 규정하고 있다. 통합운영학교란 학교 급이 다른 초등학교와 중학교, 중학교와 고등학교, 그리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시설·설비와 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학교를 말한다.

통합운영학교와 유사한 개념으로 병설 유치원, 병설 중·고와 같이 동일한 장소에 학교 급이 다른 두 개 이상의 학교를 독립적으로 설치 운영하는 ‘병설학교’, 산업체 부설학교처럼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 산업체 등 주된 기관에 딸려 설치 운영하는 ‘부설학교’가 있다. 통합운영학교는 아직 학교의 종류로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통합학교라고 호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통합운영학교의 존립 근거를 여러 나라 학교단계의 다양한 결합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핀란드는 9년제 기초교육을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교육기관인 종합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우리와 같이 6-3-3학제를 채택하고 있으나, 부분적으로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단계를 포괄하는 k-8초등학교, 중학교 단계와 고등학교 단계를 통합한 중·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학교 급별 연계를 강조한 유·초·중 일관학교, 초·중 일관학교, 중·고 일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구교육법에서 통합운영학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1998년 8개교를 시작으로 현재 전국적으로 100여 개를 지정, 운영하고 있다. 주로 농어촌 지역의 소규모 통합운영학교가 주류를 이루며, 도시 지역에 소재하는 일부 사립 중고등학교 또는 국제, 예술, 체육 계열 중고등학교가 통합운영학교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교육활동과 생활지도의 연계 강화

통합운영학교는 과소규모 학교의 적정 규모화 차원에서 존립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학교 급이 다른 과소규모 학교 교육여건의 영세성을 극복하고, 재능과 전문성을 가진 교원을 확보하여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즉, 학교운영 구조를 효율화하고, 교육의 내실화를 담보하여 폐교위기를 극복하거나 유예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통합운영학교의 설립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학생 수 변동추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정책 차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서울에서도 취학인구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 도시재개발에 따른 학생이동으로 학교 신설 수요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한편, 지역별 학생인구 분포의 불균형이 심화되어 특히 구도심을 중심으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장차 과소규모 학교가 현저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견된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학교 통폐합 정책의 일환으로 시도하는 동일한 학교 급끼리의 ‘횡적 통합’은 통학구역을 넓힘으로써 학생들의 등하교 불편을 초래하는 반면에 상이한 학교 급의 ‘종적 통합’은 통학구역을 확장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적어도 중학교 단계까지 거주지와 가까운 학교를 선호하는 학부모에게 매력적이다. 중소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공간을 독립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통합운영학교를 설립하여 지리적으로 접근이 용이한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다.

통합운영학교는 학교 규모 적정화에 급급하여 한 지붕 두 학교와 같이 학교 급이 다른 학교들을 단순하게 물리적으로 통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교 급 간 교육활동과 생활지도의 연계를 강화하여 학생의 성장과 적응에 비교우위를 갖는 학교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학교 급별로 엄격하게 구분된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연계하여 운영하고, 필요에 따라 학교시설·설비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학교로 존립해야 한다.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마을교육공동체 학교

통합운영학교는 초·중학교와 중·고등학교 유형별로 각기 다른 양상으로 정착할 것이다. 초·중 통합운영학교의 경우 9년간의 기초교육과정을 한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이수할 수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와 같은 울타리 안에 있어서 낯설지 않은 익숙한 중학교에 다닐 수 있다. 중·고 통합운영학교의 경우 중등교육의 다양화와 교육의 계열성을 심화시키는 중고등학교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통합운영학교에서는 여러 연령의 학생들이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에 함께 어울리고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또는 세심한 연계 생활교육을 바탕으로 규율, 협력, 배려심 등 사회적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또한 하나의 장소에서 통합하여 운영하는 ‘일체형’과 인근거리의 분리된 학교를 통합운영하는 ‘연계형’. 그리고 다수의 분교, 하나의 본교로 구성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통합운영하는 ‘복합형’ 유형으로 구분하여 발전할 수 있다. 통합운영학교는 교육연한이 길어지고 유형에 따라 학교와 상호작용하는 지역사회의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지역과 장기적 안목에서 종합적으로 교류하고 협력하며, 상호 발전하는 터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공동체로서 대표성과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다.

요컨대, 통합운영학교는 학생의 꾸준한 성장과 적응을 도모하여 희망을 이어가는 학교, 적정규모의 교육여건을 보장하는 좋은 교육여건을 갖춘 학교, 지역과 함께 배우고 발전하는 선도적 마을교육공동체 학교로서 비전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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