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탐방

함께 만들어 더 즐거운 우리들의 축제

서울은빛초등학교의 아람제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축제가 한창인 서울은빛초등학교를 찾았다. 학교 곳곳, 모든 교실이 왁자지껄 한바탕 즐거운 축제의 장이 열렸다. 조금은 특별해 보이는 서울은빛초의 축제 ‘아람제’는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봐야 남다른 의미가 온전히 보인다. 아람제 이야기를 통해 서울은빛초만의 학교문화와 교육철학을 들여다본다.

글. 신병철 / 사진. 김동율

과정을 보면 의미가 보인다

한여름 푸르렀던 녹음이 하나둘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서울은빛초등학교(교장 이희숙)는 설렘과 즐거움으로 물든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준비하고 함께 즐기는 축제 ‘아람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서울은빛초는 지난 10월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간 아람제 주간을 운영했다. 이 기간 동안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운영하는 체험부스, 아버지회 주관으로 열리는 전야제 공연 ‘베짱이 음악회’, 학년별로 특색 있게 펼져지는 운동회, 역사 연극제, 프로젝트 학습 발표회 등 다채로운 활동이 열렸다. 어떤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는지만 놓고 보면 다른 학교의 축제와 별다를 게 없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은빛초의 아람제는 그 과정을 봐야 한다. 그래야 그 특별한 의미가 온전히 보인다.

서울은빛초 아람제는 학생 한 명 한 명 모두가 주인공이다. 이번 아람제 주간 중 이틀 동안 모든 교실은 체험부스로 운영됐다. 주제는 무엇으로 할지, 부스는 어떻게 꾸밀지, 동선은 어떻게 짤지 등 세세한 기획과 운영은 모두 각 학급 학생들의 손을 거쳐 이루어졌다. 이렇게 체험부스 운영을 위해 모든 학생이 빠짐없이 참가하고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참여마당은 아람제 첫해부터 이어져온 서울은빛초만의 전통이다.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만들었으니 그 만듦새가 어설퍼 보일 수도 있다. 아니, 어설픈 게 당연하다. 그러나 어른의 눈엔 다소 서툴고 어설프게 보이는 결과라고 할지라도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학생들에게는 바로 배움의 과정이 된다.

서울은빛초의 아람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업시간에 이루어지는 학급자치회의 ‘학급다모임’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축제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논의하고 의견을 모아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나간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그러나 그 속에서 학생들은 성장한다. 자기 생각과 다른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며 받아들이고 하나로 합의하는 과정이야말로 학생들이 민주시민성을 함양하는 건강한 ‘갈등’, 건강한 ‘다툼’이다.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어도 학생들은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길 바란다. 내가, 내 친구가, 우리가 만들어가는 축제. 그래서 서울은빛초 아람제는 즐겁다.

매일매일이 즐거운 ‘축제’

축제라고 해서 그저 즐기고 마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의 손에 맡겨놓으면 의미 없는 행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서울은빛초 학생들은 직접 체험부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참여마당을 그동안 수업시간에 배운 지식을 펼치는 시간으로 여긴다. 어떻게 체험을 할지 그 수단과 방법은 각각 달라도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그동안 배운 내용을 체험활동에 녹여낸다는 주제의식만은 잃지 않는다. 자신이 1, 2학년 후배였을 때부터 선배들의 체험부스를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아람제 참여마당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익힌 결과다.

올해 서울은빛초 아람제 참여마당의 5학년 체험부스는 역사를, 6학년 체험부스는 세계문화체험을 주제로 꾸며졌다. 모두 사회과 학습과 연계한 활동이다. 6학년 체험부스는 세계 여러 나라의 위치와 영역, 자연환경에 따른 다양한 생활 모습을 이해하는 2학기 사회과 교육과정 세계 지리 영역 학습의 결과를 토대로 각 반에서 학생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나라를 선정하여 운영됐다. 자신이 맡은 나라의 전통 의식주와 전통놀이, 전통문화를 조사하여 공유함으로써 학습의 결과가 ‘죽은 지식’이 아닌, ‘살아 있는 지식’이 되는 것이다.

셋째 날 열린 역사 연극제는 5학년 학생들의 문예체 교육을 더욱더 뜻깊게 마무리하는 시간이 됐다. 서울은빛초에서는 5학년 창의적 체험활동 중 문예체교육의 하나로 연극 수업을 10회, 총 20시간에 걸쳐 진행한다. 이 연극의 주제는 5학년 2학기 사회과 역사 영역과 연계하여 선정된다. 무엇보다 대본 작성, 의상 및 소품 제작 등 모든 과정을 학생이 주도하고, 그 결과물을 축제의 연극제에서 선보이며 마무리한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와 보람을 남긴다.

축제는 즐겁다. 즐거워서 축제다. 서울은빛초 학생들은 매년 찾아오는 가을이 설레고 즐겁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아람제가 있어서다. 이는 소외되는 학생 없이 모두가 학교의 주인이 되고, 작은 목소리 하나까지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여 개개인의 개성과 가능성이 발휘되도록 하는 서울은빛초의 교육철학과 맞닿아 있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우리가 만들어가는 학교. 그래서 축제는 가을 닷새 만에 끝나지 않는다. 서울은빛초에서는 매일매일이 ‘축제’다.

6학년 전예원, 명승주 학생

전예원 학생(왼쪽)과 명승주 학생(오른쪽)은 이번 아람제에서 함께 베트남 문화체험 부스를 꾸몄다. 이제 마지막이어서였을까. 체험부스를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하는 두 학생의 표정에는 시원함과 아쉬움이 동시에 스쳐 지나간다. “준비가 힘드니까 직접 만들어가는 축제는 이제 더는 하고 싶지 않나요?”라고 묻자, 서로의 얼굴을 잠시 마주 보고는 배시시 웃으며 대답한다. “그래도 우리가 직접 만드는 게 좋아요.”

전예원 학생“저는 이번 체험부스에서 베트남을 소개하는 발표 자료를 준비했어요. 제가 만든 걸 다른 친구들이 체험하고 나서 좋았다고 말해주니까 성취감도 생기고 다음번에도 기회가 있다면 더 열심히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뿌듯함도 크고 다른 반을 돌아다니며 즐거운 체험도 할 수 있어서 앞으로도 축제가 아람제 같았으면 좋겠어요.”

명승주 학생“체험부스를 준비하면서 누구와 모둠을 이루고 어떤 역할을 할지 정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직접 준비한 부스를 운영하고 나니까 ‘내가 해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준비한 부스에 찾아온 1, 2학년 어린 후배들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는 걸 보고 정말 뿌듯했어요. 특히 축제기간이 끝나고 나서도 ‘어, 어디 부스에 있던 언니다. 누나다’ 하면서 저를 기억해주는 게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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