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수다

사춘기 자녀를 대하는 부모의 자세

슬기롭게 사춘기를 극복하는 소통법

우리 생애 이렇게나 혼란스럽고 어지러우며 종잡을 수 없는 시기가 또 있을까. 바로 사춘기 이야기다. 신체적, 정서적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되는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소통’이라는 공통분모가 생긴다. 부모와 자녀 모두가 슬기롭게 사춘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그 해답의 힌트를 ‘수다’에서 찾아보자.

인터뷰. 김지영(<지금 서울교육> 편집위원) / 정리. 신병철 / 사진. 이승준

감정에 파도가 치면 사춘기가 찾아온다

김지영 십여 년 가까이 익숙했던 모습은 어디 가고 낯선 아이처럼 느껴지는 사춘기. 몸도 마음도 큰 변화를 겪게 되는 사춘기는 아이도 부모도 혼란스러운 시기인데요. 이런 때일수록 더 많이 대화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그래서 오늘은 사춘기 자녀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언제 우리 아이에게도 사춘기가 찾아왔다고 느끼게 되나요?

최은진 신체적인 변화는 아무래도 눈으로 보이니까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데요.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정서적으로도 변하는 게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사진을 찍을 때면 개구쟁이 짓을 하던 아이가 언제부턴가 무표정으로 있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이의 웃음을 되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럴 때마다 아이를 웃게 하려고 엄마로서 자존심은 다 버리고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게 됐죠.

조혜진 큰딸이 초등학교 5학년인데, 그전까지는 명랑하고 까불까불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대답도 시큰둥하게 하거나 아예 하지도 않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대답을 안 하니까 몇 번 더 되물어보면 마지막에는 “안 해요! 싫다고요!” 하면서 폭발하듯이 감정을 쏟아내요. 그러다가 또 조금 지나면 기분 좋아 보이는 모습으로 와서는 “배고파요. 간식 주세요” 그러고요.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속에서는 감정이 요동치는 거죠. 어떤 감정인지 좀처럼 종잡을 수 없을 때 사춘기가 왔다고 느껴져요.

박실영 맞아요. 전에는 잘 웃고 “네네” 하던 아이였는데, 대답하는 것도 귀찮아하거나 순간 욱하면서 “알았다고요!” 할 때가 있어요. 속상해할 만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리 큰일도 아니고 바로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일처럼 보이는데도 몇 시간 동안이나 이불을 뒤집어쓰고 침대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할 때도 있고요. 고집을 부리는 일도 많아요. 예를 들면, 한 가지 옷에 집착하는 거죠. 빨아야 하니까 다른 옷을 입으라고 해도 꼭 그 옷만 입고 학교에 가려고 해요. 그럴 때 ‘감정에 소용돌이가 치는구나. 사춘기구나’ 싶어요.

아이와 관심사를 공유하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돼요. 제가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분야였다면 무관심하게 대답하고 말았을 텐데, 서로 공통의 관심사가 있으니까 아이도 저도 재미있게 소통할 수 있어요. - 박실영

이재옥 중학교 1학년인 큰딸이 요즘 들어 외모에 부쩍 관심이 많아져서 거울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순한 기질의 아이였는데 전과 다르게 부모의 말에 수긍하지 않고 말대꾸를 할 때가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깜짝깜짝 놀라기도 해요.

김지영 감정적이고, 변덕도 심하고, 좀처럼 대하기도 힘들고, 또 행동을 쉽게 이해할 수도 없고. 여러 가지로 까다로워지는 시기인 만큼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도 많은 고충이 있을 텐데요. 사춘기를 맞이한 아이를 대할 때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요?

조혜진 첫째가 별것 아닌 일에도 집착을 보이면서 동생이랑 싸울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자기 볼펜을 만지거나 하면 전에는 그냥 넘어갔을 텐데 그걸로 동생이랑 티격태격하면서 “엄마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러거든요. “엄마 바보. 엄마 멍청이” 하면서 동생이랑 속닥속닥 제 흉을 볼 때도 있는데, 오히려 그럴 때는 아직 아이가 어리니까 귀엽게 보이기도 해요. 전에는 말도 잘 듣고 감정적으로 힘든 적이 별로 없었는데 순둥이 같던 아이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일 때면 욱하고 화가 날 때도 있어요.

박실영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른들은 볼펜을 가지고 그러는 게 쓸데없는 일로 싸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한테는 정말 소중해서 그러는 걸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 벽이 생기는 거죠. 쉽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럴수록 더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은진 어느 책에서 봤는데 부모가 너무 논리적으로 아이를 대하면 안 된다고 해요. 아직은 뇌가 ‘공사장’처럼 혼란스러운 상태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대할수록 더 벽을 친다고 하더라고요.

조혜진 사실 그 볼펜도 한 자루만 있는 게 아니라 같은 게 세트로 여러 개 있는 볼펜이었어요. 다른 게 아니라 자기의 소유물이나 영역을 침범받지 않길 원하는 것 같아요. “이건 내 거니까 소중하게 생각해주세요”라고 자기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할 요령이 아직 없을 나이잖아요.

최은진 제 아이는 요새 들어 귀찮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요. 공부도 운동도 다 귀찮대요. 한번은 무기력한 모습이 보기 싫어서 며칠 말도 안 걸었던 적이 있었는데, 뉴스에서 중학생 자살 기사가 나오더라고요. 무언가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때부터는 혹시나 아이가 어긋날까 봐 이 시기만 잘 지나면 될 거라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비위를 맞춰주고 있어요. 요즘에는 농담으로 사춘기 아이 비위 맞추느라고 내 갱년기도 못 챙긴다고 해요.

이재옥 아이는 이제 자기는 다 컸고 혼자서도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그래도 아직은 품 안에 두고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아이는 그게 간섭이라고 느끼는지 싫어하더라고요. 그렇게 품 안에 품고 있던 걸 하나씩 놓는 게 힘들었어요. 그래도 그렇게 해야 할 때가 됐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서 모든 걸 한 번에 다 놓지는 못하더라도 아이를 독립적인 존재로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이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면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자기가 선택한 결과니까 부작용이 크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부모가 정해준 길대로만 걷게 하면 성공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부작용이 따라올 거예요. - 조혜진

자녀와의 거리를 좁히는 현명한 소통

김지영 사춘기는 찾아오는 나이도 다르고, 그 모습도 다 다르기 마련인데요.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찾아오는 시기인 만큼 내 사춘기 모습은 어땠는지 돌이켜보는 것도 사춘기 자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재옥 큰딸이 외모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했는데, 저도 역시 사춘기 때는 외모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머리가 노랗게 보이고 싶어서 엄마 몰래 맥주로 염색을 하기도 했죠. 그때는 튀고 싶고, 관심받고 싶었던 것 같아요.

최은진 저는 사춘기가 뒤늦게 찾아온 편이었어요.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부터 대학교 때까지였으니까요. 그때는 엄마가 그렇게 입지 말라고 하던 배꼽티를 입기도 하고, 심지어 청바지를 뒤집어 입고 다니기도 했어요. 영화에 청바지를 뒤집어 입는 모습이 나와서 그게 유행이었거든요. 아무튼 평범한 옷은 안 입었어요. 머리도 내 맘대로 잘랐다가 길렀다가 했죠.

박실영 저희 부모님은 저에게 아침에 나가서 밤 10시까지 밖에서 공부를 하다가 들어오라고 하셨어요. 그 말을 안 들을 수는 없어서 나가 있기는 했는데 공부는 하기 싫고, 그래서 제가 했던 반항은 ‘날라리’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거였어요. 어떻게 노는지 그 세계가 궁금했거든요. 아침부터 밤까지 같이 어울려 다녔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친구들이 하는 걸 똑같이 따라 하지는 않고 결국 원래 자리로 돌아왔어요. 아마 그때가 저한테는 가장 심한 사춘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조혜진 사춘기가 심하게 오면 정말 무섭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중학교에 들어서면서부터 찾아온 사춘기가 고등학생 때까지 이어졌는데, 굉장히 내성적인 아이였는데도 가출도 두어 번 하고, 충동적이고 튀는 행동을 많이 했었거든요. 저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 세계는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고, 이 우주는 어디까지이고, 지구는 어떤 공간이고, 왜 하필 나는 지구에서 태어났고, 도대체 나라는 존재는 무언인가 하는 고민이었어요. 내 존재가 무엇인지 해결하지 않고서는 내 삶은 시작도 끝도 없을 것 같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부모님은 “나중에는 다 이해될 거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별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면서 이런 저의 고뇌와 내적 갈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김지영 내 사춘기 때 부모님이 나를 대했던 방식이 내가 자녀를 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생각되는데요. 여러분은 사춘기 자녀와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요? 또 그 소통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조혜진 저는 음악 듣는 걸 좋아해서 테이프나 CD를 많이 모았었는데, 부모님은 그걸 다 갖다 버리고 오로지 책만 보면서 공부하기를 원하셨어요. 지금이야 아이의 재능을 살리는 방향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예전에만 해도 당장 먹고사는 게 힘들 때라 공부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크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막지 않고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아이가 요리를 좋아해서 요리사가 꿈인데, 같이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가족여행을 갈 때도 레저보다는 식도락 여행을 떠나요. 그러니까 그나마 아이와 소통이 되는 것 같아요.

아이를 부모가 원하는 대로만 이끌 수는 없기 때문에 아이와 감정다툼을 벌이지 말고, 사춘기는 어른이 되기 위해 성장해가는 과정인 만큼 여유를 가지고 충분히 기다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 이재옥

최은진 아이와 문제가 생기면 부둥켜안고 한바탕 울기도 하는데, 그러고 나면 한결 괜찮아져요. 그렇게 아이를 안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살과 살이 맞닿고 심장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요. 조금은 쑥스러울 수도 있는데 일부러라도 안고 말로 표현하는 게 사춘기 자녀와 관계를 맺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가족은 주말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함께 등산을 하러 가요. 단순히 둘레길을 걷고 오는 정도가 아니라 바위를 타고 오르는 그런 등산이요. 그렇게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서로의 도움이 필요한데, 힘든 상황에서 서로 의지하고 정을 쌓는 효과가 있어요.

박실영 제가 사춘기 시절 부모님에게 섭섭했던 점은 저를 전적으로 믿지 않으셨다는 거예요. 부모님 말씀대로 착실하게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항상 저를 의심하셨거든요. 저를 믿지 않고 의심하니까 더 엇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그래도 한편으로는 제가 장녀다 보니까 동생보다 저에게 더 의지하고 기대가 크기 때문에 그러시는 거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기도 했지만, 그래도 조금 더 나를 믿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그래서 내가 부모가 되면 아이를 믿어주자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금도 항상 아이를 믿고 존중하려고 해요. 사실 엄마들은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어쩌나, 그래서 커서 잘못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하는데, 저는 지금은 실컷 놀고 공부는 나중에 정말 공부가 하고 싶을 때 그때 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믿어주고 있어요.

이재옥 저는 아이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와서 선생님께 서운했던 일을 이야기하면 저도 옆에서 맞장구를 쳐준다거나, 좋아하는 아이돌의 앨범이 발매되는 날을 기억했다가 먼저 사러 가자고 나서기도 해요. 그러니까 “다른 친구 엄마들은 스마트폰도 못하게 한다는데 엄마는 다른 거 같아”라고 하더라고요.

최은진 제 아이도 요즘 인기 있는 아이돌의 광팬이라서 팬클럽에도 가입했는데, 멤버의 생일이나 사는 곳, 형제, 부모님 이름까지 외워서 아이랑 이야기해요. 그러면 아이가 너무 좋아해요.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연예인에 열광하는 게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아이가 즐기고 좋아하는 문화니까 이해하려고 해요.

박실영 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서면서부터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밖에 나가지도 않고 밤까지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웹툰에 빠져 사는데요. 다행히 저도 만화랑 게임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요즘에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웹툰을 추천해줘요. 성인용 웹툰은 골라내서 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해주고, 아이의 취향에 맞는 웹툰이나 제가 좋아하는 웹툰을 추천하는 거죠. 그러면 제가 추천한 걸 보고 와서는 엄마가 말해준 웹툰이 정말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돼요. 제가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분야였다면 무관심하게 대답하고 말았을 텐데, 서로 공통의 관심사가 있으니까 아이도 저도 재미있게 소통할 수 있어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로 대하기

김지영 자녀와의 현명한 소통이 무엇보다도 사춘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네요. 그 밖에도 자녀가 사춘기를 잘 보낼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요?

최은진 초심을 잃지 않는 거요. 흔히 아기 때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고 이야기하잖아요. 그렇게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고 하다가 갑자기 1등을 하기를 바라고, 점점 더 아이에게 바라는 게 많아지면서 아이를 망치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박실영 부모가 너무 나서서 아이를 도와주려는 것도 좋지만은 않아요.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주려는 순간, 아이는 자신의 원래 모습이 아니라 부모의 바람대로 유도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부모가 아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아이도 자기 마음대로 세상을 날아다닐 수 있을 거예요.

조혜진 법과 도덕성의 기준을 넘지만 않는다면 아이의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내버려두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면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자기가 선택한 결과니까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 같은데, 부모가 길을 정해주고 그 길대로만 걷게 하면 성공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부작용이 따라올 거예요.

박실영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가 어렸을 때는 오냐오냐 하면서 뭐든지 다 받아주다가 점점 크면서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가 돼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아이가 클수록 더 선택의 기회를 많이 주고 부모는 잘 선택했다고 응원해주는 거죠. 예전에 봤던 한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굉장히 좋은 직업을 갖고 있다가 엄마에게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자, 엄마가 이유도 묻지 않고 “그래, 어서 돌아오렴”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당시에는 그게 이해가 안 됐어요. 어떻게 저 엄마는 화도 안 내고 그저 어서 돌아오라고 할 수 있을까.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부모란 정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실패하고 좌절했을 때 돌아갈 곳이 바로 부모여야 하는 거죠.

이재옥 아이를 부모가 원하는 대로만 이끌 수는 없기 때문에 아이와 감정다툼을 벌이지 말고, 사춘기는 어른이 되기 위해 성장해가는 과정인 만큼 여유를 가지고 충분히 기다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은진 사춘기는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이 발달하는 시기라서 감정 기복도 심하고 외로움도 많이 느낀다고 해요. 그래서 부모의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오기 전에 책에서 본 ‘사춘기 자녀를 크게 키우는 말’을 적어서 왔어요. 사춘기 딸을 크게 키우는 말은 ‘너 정말 화났구나’, ‘떨리는 건 당연해’, ‘엄마를 생각해줘서 고마워’, ‘지금도 아주 예뻐’, ‘너의 옆엔 항상 엄마 아빠가 있어’라고 해요. 사춘기 아들을 크게 키우는 말은 ‘신나게 잘 놀았니?’, ‘이게 뭔지 설명해줄래?’, ‘아주 멋진 생각이구나’, ‘울고 싶으면 실컷 울어’, ‘이리 오렴. 안아줄게’라고 해요.

흔히 아기 때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고 이야기하잖아요. 그렇게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고 하다가 갑자기 1등을 하기를 바라고, 점점 더 아이에게 바라는 게 많아지면서 아이를 망치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 최은진

조혜진 아이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남는 건 잔소리뿐이더라고요. 자려고 누워서 하루를 되돌아보면 아이들한테 짜증 내고 잔소리했던 게 기억이 나서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드는 날이 있어요.

이재옥 아이와 관계가 서먹해져서 직접 말하기 쑥스럽다면 영화에서처럼 거울에다가 글을 남기는 방법도 좋을 것 같아요. ‘어제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라고 말이죠.

김지영 아이의 삶의 태도가 형성되는 데 부모의 역할은 무엇보다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예민하고 감정에 파도가 치는 사춘기라면 부모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겠죠. 이번 ‘학부모들의 수다’가 자녀의 사춘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한 분씩 소감을 전하면서 오늘 수다를 마치겠습니다.

최은진 같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가슴에 와 닿는 말도 많았고, 여러 가지 효과적인 소통법도 배울 수 있었어요. 사춘기 아이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았는데, 이렇게 함께 이야기하고 나니까 어느새 스트레스도 다 풀린 것 같네요.

조혜진 이제는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일일이 챙겨야 할 게 줄어들다 보니까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그러면서 지금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더 신경 써주고 옆에서 친구가 되어줘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 자리를 기회로 아이에게는 아직도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됐어요.

이재옥 지금은 두 아이의 부모로서 삶을 살고 있지만, 잠시나마 제 사춘기를 떠올려보면서 아이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다양한 사춘기 아이들의 모습과 소통법을 들으며 많은 도움도 됐고요. 앞으로는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는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실영 오늘 수다에 참여하면서 ‘아이가 태어난 후 나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가 존재함으로써 저도 존재하게 됐다는 거죠. 이런 이야기를 한 번도 들려준 적이 없는데, 오늘은 집에 가서 아이에게 해줘야겠어요. 사춘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기회가 돼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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