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상벌점과 함께하는 어느 고1 학생의 하루

글. 이은선(가재울고등학교 교사)

“삐리리릭, 삐리리릭···” 으악, 오늘도 지각할 각이다. “아, 엄마, 왜 지금 깨워? 늦었잖아! 밥 안 먹어. 시간 없어.” 엄마가 교문 앞에 차를 세우자마자 냅다 달린다. 3층 교실까지 남은 시간은 2분. 한번 뛰어봐?

“거기, 몇 반 누구야? 교복이 그게 뭐야? 번호, 이름 대.” “1학년 ○반 ○번 △△△이요.” 하, 이런 글렀네. 오늘도 명심보감 세 장이다. 우리 반은 지각하면 한 쪽에 명심보감 네 문장을 두 번씩 쓰도록 만든 학습지 세 장, 여섯 쪽을 쓰도록 벌칙을 정했다. 1학기 학급회의 때는 지각비를 거둬서 학년 말에 학급 단합대회 때 쓰자고 했는데, 나를 비롯한 ‘빚쟁이’들을 보다 못한 담임쌤이 2학기 학급회의 때 새로운 규칙을 정하자고 건의하면서 우리 반 애들끼리 합의한 게 명심보감 쓰기다.

1교시 국어, 담임 시간이다. “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생애 엇더 고… 얘들아, 이거 많이 어렵니? 외계어 같지?” 쌤도 참 그걸 말씀이라고 하십니까? 아무래도 조선 시대 양반들은 남아도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탈이었나 보다. 저런 글을 남겨서 불쌍한 후손들을 괴롭히고 있으니. 그나저나 눈이 자꾸 감긴다. 새벽까지 반 애들 SNS 타고 들어가 옆 반 그 아이 페○○북, 인스타△△ 구경하느라 오늘 지각까지 했는데…. 간신히 눈을 부릅뜨고 1교시를 버텼더니 ‘딩동’ 문자가 왔다. ‘등교할 때 교복을 완전히 갖추지 못함, 1점 벌점 부여’ 요즘은 상벌점 폐지가 트렌드라던데, 우리 학교는 확실히 유행에 뒤처지는구나.

3교시 수학은 수준별 수업이라 우리 교실이 아닌 소강의실로 이동해서 다른 반 학생들과 합반해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 역시 귀찮다. 이동 수업 다 없애고 그냥 교실에서 수업하면 좋겠다. 우리 학교에는 엘리베이터가 두 대나 되지만 매점 때문에 1층부터 꽉 차서 못 타거나, 선배들 눈치가 보여서 엘리베이터를 제대로 못 타기가 일쑤이다. 그래도 친절한 수학쌤 얼굴 봐서 참는다. 오늘따라 수학 문제가 잘 풀린다. 아무래도 수학쌤이 인심 쓰신 듯 쉬운 문제만 골라주신다. 그런데 다른 반 녀석이 아까부터 책상 속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액정 화면 불빛이 다 보이는데도 뭘 보느라 그러는지 푹 빠져서 선생님 다가가는 것도 모른다.

“○○아, 수업 중에 스마트폰 사용하면 안 되는 거 알지? 5일 동안 스마트폰을 제출할래, 아님 벌점 5점을 받을래?” “저 스마트폰 안 썼는데요?” “무슨 소리야? 조금 전까지 책상 속에 넣고 스마트폰 봤잖아?” “저 정말 안 썼다니까요?” “○○아, 그럼 내가 잘못 봤다는 거야?” “그러셨나 보죠.” 와, 저 인간 봐라. 주변에서 본 애들이 몇 명인데 얼굴 하나 안 변하고 거짓말을 하냐. 저런 애들은 스마트폰 사용 벌점 5점에 교사에게 거짓말 벌점 5점, 교사의 지도 불응 5점 이 정도는 줘야 하는데. 정말 내가 다 열 받는다. 선생님들은 저런 애들을 어떻게 참고 보실까?

아이들이 건전한 생활 습관을 기르고 질서와 규칙을 지키며 남들과 어울려 사는 것을 익히는 것은 지식을 배우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며, 이를 위해 가정과 더불어 학교는 그 몫을 다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지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상벌점 제도는 손쉽게 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되지만, 아이들의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도 있다. 그러나 교육적 의미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상벌점 제도를 쉽사리 포기할 만큼 명쾌한 답을 주는 대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아이들의 눈에도 옳고 그른 것은 또렷하게 구분될 따름이고, 이러한 판단과 구분으로 아이들은 하루하루 성장해나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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