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교육

혁신학교의 지속성과 학교혁신의 확산

혁신학교의 나아갈 방향 제언

혁신학교는 학교 단위 혁신의 가능성을 검증하여 우리 교육이 가진 저력과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학교 구성원들이 혁신교육을 통해 자신이 주체로 성장했음을 고백하는 것도 이전 다른 개혁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소중한 성과다. 혁신학교의 성장은 일반학교에도 민주적 학교문화 확대, 교육과정과 수업 혁신의 성과 확산, 교원학습공동체의 활성화 등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 안혜정(학교혁신지원센터 연구교사)

혁신학교가 맞이한 지속가능성의 문제

2018년은 서울에서 혁신학교 정책이 시작된 지 8년이 되는 시점이다. 더불어 혁신미래교육 1기를 평가하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혁신미래교육 2기의 중장기 플랜을 세우는 시기이기도 하다.

서울시교육청은 혁신학교의 발전과 성장을 위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진행했다. 2017년에는 혁신학교 교원을 중심으로 4차례의 정책토론회를 진행했고, 2018년 상반기에는 혁신학교 189개교, 1455명의 교원을 대상으로 서울형혁신학교 성장·발전 지원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8월 29일에는 ‘3기 서울형혁신학교 정책 수립 토론회’가 열렸다.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슈는 혁신학교의 지속성 문제와 학교혁신의 확산이 정체되어 있는 문제에 대한 우려,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에 관한 것이었다.

혁신교육이 직면한 지속가능성과 혁신의 확산이 잘 되지 않는 문제는 모든 교육개혁이 맞이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마이클 풀란의 저서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교육변화의 새로운 의미와 성공원리(The New Meaning of Educational Change)>를 통해 혁신학교가 맞이한 지속가능성 문제의 해법에 대해 접근해 보고자 한다.

미국은 ‘스푸트니크 충격’ 이후 1960년대부터 부시 정부의 아동낙오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NCBL)까지 여러 차례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진행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마이클 풀란은 실패의 원인은 혁신적 정책을 개발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러한 혁신이 일어날 학교와 교육구의 문화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현장에는 해악이 될 수 있으며, 옳은 것(더 정확히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변화의 전략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개혁이란 단지 최신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며, 교사들이 함께 협력하여 공동의 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서로의 수업을 관찰하며, 교수 전략을 배우고 실험하고 수정하도록 장기간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사도, 학생도 이해하지 못하는 혁신은 수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교육변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의미의 문제’를 중요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 <The New Meaning of Educational Change>인 이유이기도 하다. 마이클 풀란은 ‘어떤 교육개혁이든 그 진지한 노력의 중심에는 교사들의 불만족과 불참의 흐름을 바꾸려는 시도가 있어야 하고 거기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변화를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는 구성원 사이에서 ‘공유된 의미’인 것이다. 의미를 공유한 집단은 집단적 유능감(Collective Efficacy)을 통해 발전하고 성장한다.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낼 중간리더십

혁신학교를 시작하고 8년이 지난 지금, 혁신학교는 교사들의 전보로 구성원이 교체되면서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처음 혁신을 만들었던 핵심 주체들이 학교를 떠나면서 혁신교육을 추구할 동력을 잃기도 하고, 주체들이 남아 있다고 해도 새로 전입해온 교사들에게 혁신학교를 시작하면서 만든 학교의 비전을 설득하기 힘들고, 오랫동안 열정과 헌신으로 혁신을 추진하면서 누적된 주체들의 소진 문제도 겹쳐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교육의 철학을 공유하고 비전을 재정립하는 노력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이제 3기를 바라보며 운영과제에 학교의 철학과 비전을 구성원이 공유하는 ‘의미의 공유’ 문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일 시점에 와 있는 것 같다.

철학과 비전의 공유 문제를 의제화하여 집중적으로 논의할 필요성이 있으며, 학교가 문제를 해결해나갈 적절한 지원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전문적학습공동체(PLC:Professional Learning Community)가 교육변화의 지렛대라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됐고, 그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발 빠르게 실행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더불어 하향(top-down)과 상향(bottom-up)이 조화를 이루는 ‘중간리더십(LftM: Leadership from the Middle)’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고 있다. 하그리브스와 브라운이 주창한 중간리더십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성공적인 10개 교육구 사례를 연구하면서 제기된 개념으로, 중간집단을 이용하여 집단 전체를 바꾸는 리더십을 말한다. 우리 현실에 적용해본다면 교육지원청이 중간집단으로 지역 안에 학교혁신을 지원하고 확산하는 역할을 스스로 찾고 실행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화해본다면 지원청 단위의 혁신교육실천연구회의 운영, 학교혁신지원팀 운영 등으로 구현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풀란은 혁신(innovation)과 혁신성(innovativeness)을 구별하고 그 차이를 설명한다. 혁신(innovation)은 새로운 변화 ‘내용’에, 혁신성(innovativeness)은 조직이 지속해서 발전할 수 있는 ‘역량’에 비유하고 있다. 서울형혁신학교의 지난 8년은 내용의 혁신을 추구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제 이것을 조직의 역량으로 만드는 ‘혁신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학교혁신이 확산되지 않고 정체되어 있는 것은 혁신학교의 잘못이 아니다. 확산의 몫까지 혁신학교에게 짐 지우려는 것은 그나마 있던 혁신동력을 고갈시키는 일이다. 학교혁신의 확산은 전적으로 교육청이 책임져야 할 몫이다. 교육청은 개혁의 과제를 학교로 내려보내는 것에 치중하기보다 스스로를 개혁하는 것에 공을 들여야 한다. 특히, 교육지원청이 정책의 전달자가 아닌 실행자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지원청이 중간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여 자주성(autonomy)과 연대감(connectedness)을 동시에 추구한다면 정체되어 있는 학교혁신에도 새로운 전환점이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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