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숲 교육 실천 현장

배부른(Full) 달(月)을 따다 줄게!

선유고 페르보르의 ‘보름달을 따다 줄게’ 프로젝트

몇 해 전 소위 ‘깔창 생리대’가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한 학생이 이 ‘깔창 생리대’ 사연을 접하고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위해 손을 내밀기로 결심한다. 작은 계획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가 하나둘 힘이 모여 얼마 전 무엇보다 값진 결실을 맺었다. 선유고등학교 교육동아리 ‘페르보르’의 이야기다.

글. 신병철 / 사진. 이승준

나눔을 위한 동행

이야기의 시작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모인 선유고등학교(교장 박조현)의 교육동아리 ‘페르보르(스페인어로 열정을 뜻하는 말)’에서 현재 부장을 맡고 있는 정윤아 학생은 당시 거식증을 앓고 있었다. 이로 인한 영양결핍으로 극심한 탈모, 대상포진, 저체온증, 저혈압, 청색증 등에 시달리며 10개월 동안 무월경을 겪었다. 마침 그 시기 ‘깔창 생리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생활고를 겪는 저소득층 여학생들이 깔창이나 폐지, 신문지 등을 생리대 대신 사용한다는 ‘깔창 생리대’ 논란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결식아동이 35만 명이 넘는데 나는 거금을 들여 음식을 먹으며 토하고, 거식증 때문에 생리를 안 해서 불안해하는데 29만 명의 언니, 동생, 친구들은 다른 이유로 불안해하고 있구나….”

안타까움과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러던 중 한 사회적기업에서 저소득층 여학생들을 위해 저렴하고 질 좋은 생리대를 만든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깊은 감명을 받은 정윤아 학생은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결식아동들, 깔창과 생리대를 놓고 슬픈 고민을 하는 소녀들을 직접 돕기로 결심한다.

배지와 키링을 직접 만들어 그 판매 수익금을 기부하겠다는 계획을 구상했지만 막막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혼자 힘으로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먼저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느껴봐야겠다는 생각에 지역아동센터 봉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한부모 가정이자 저소득층 청소년인 한 친구를 만나게 됐고, 함께 의견을 나누며 1년 동안 배지를 디자인했다. ‘깔창 생리대’ 소녀 및 결식아동 후원 프로젝트 ‘보름달을 따다 줄게’는 그렇게 시작됐다.

프로젝트는 페르보르 부원들의 동참에 힘입어 비로소 완성될 수 있었다. 정윤아 학생은 프로젝트를 더욱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부원들에게 동행을 제안했다. “친구들에게 말을 꺼내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어요. 지금은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데, 제가 친구들이 공부하는 시간만 뺏는 건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부원들은 기꺼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너 나 할 것 없이 그 취지에 깊이 공감했고,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페르보르 부원들에게는 주변을 살펴보고 소외된 친구들에게 손을 내미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값진 일이었다.

“나중에 대학에 가서 혹은 사회에 나가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미룰 수도 있겠지만, 지금 눈앞에 남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도 외면하고 싶지 않았어요. 지금만 시간이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학생이 돼도, 사회인이 돼도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이럴 때마다 ‘바쁘니까’ , ‘지금은 다른 걸 해야 할 때니까’라는 이유로 피하기만 한다면 영원히 남을 도울 수 있는 기회는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더불어 숲’이 더 울창해지는 그날까지

그렇게 프로젝트는 점차 틀을 갖춰나가며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부원들은 각자 역할을 나눠 누구 하나 빠짐없이 적극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어떤 문구를 키링에 넣을지, 어디에서 모금활동을 할지, 저소득층 여학생과 결식아동을 어떤 방식으로 도울지 등 의견을 모아 하나씩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지역 내 청소년 동아리를 지원하기 위해 마을에서 운영 중인 ‘자몽 프로젝트’에 신청하여 지원금까지 받게 됐고, 프로젝트는 실현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함께 힘을 모아 차근차근 실현의 단계를 밟아나간 프로젝트는 지난 8월 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시작됐다. ‘체인 달배지’의 판매 수익금으로는 생리대를 구매해 저소득층 여학생들에게, ‘홀로그램 스트랩 키링’의 판매 수익금은 결식아동들에게 전액 기부하는 것으로 약 한 달 동안 모금 활동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페르보르는 후원할 생리대 선정을 위해 안전성 테스트와 선유고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까지 마쳤다. 과거 ‘깔창 생리대’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을 때 전국적으로 생리대 지원 사업이 있었지만, 생리대 발암물질 논란으로 중단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페르보르는 ‘선유고 101 생리대 체험단’을 구성해 촉감, 흡수력, 냄새 등을 항목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블라인드 테스트와 흡수력 실험을 거쳐 그 결과를 토대로 후원 생리대를 선정했다.

학생들의 따뜻하고 대견한 마음이 전해진 걸까. 선정된 생리대를 생산하는 회사는 생리대 1200개를 선뜻 후원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정윤아 학생은 평소 자주 이용하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후원받은 생리대 ‘인증 사진’과 함께 자신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사연, 프로젝트 진행과정과 후기를 올렸다. 이 글을 통해 프로젝트가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며 더 널리 알려지게 됐고, 많은 이들이 프로젝트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그 결과 총 1280명의 후원자가 프로젝트에 동참해 목표금액인 80만 원의 2200%가 넘는 약 1800만 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페르보르가 진행한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 지금 우리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일은 무엇이며, 우리 교육이 무엇에 더 큰 가치를 두어야 하는지 학생들은 실천으로 보여줬다. 경쟁적 삶에서 벗어나 사람과 삶에 중심을 두고 함께 성장하는 교육. 그 안에서 성장하는 학생들. 이러한 학생들이 한 그루의 나무가 되고, 또 장차 교사가 되어 또 다른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면, 우리 교육 나아가 우리 사회는 더 울창한 ‘더불어 숲’을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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