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탐방

공부하고 배우며 우리는 함께 성장한다

서울상원초등학교의 교육과정 재구성

흔히 학교는 어느 곳이든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기에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배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학교도 학생도 배움도 그 모습은 모두 다르다. 서울상원초등학교에서는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주인이 되는 배움을 이어나간다. 함께 공부하고 배우며 교육주체들이 모두 다 같이 성장하는 서울상원초를 찾았다.

글. 신병철 / 사진. 김동율

학생의 삶을 담은 교육과정 재구성

<선생님은 살아있는 교육과정이다>의 저자인 김용근 선생님은 저서를 통해 진정한 창의성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교과서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교육과정은 교과서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교과서로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다. 같은 내용을 담은 교과서는 각기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생활하고 배우는 학생들의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차시별로 나누어져 있어 깊이 있게 빠져들기 어렵고, 한두 차시에 걸쳐 배우고 나면 다음으로 넘어갈 뿐 호기심을 갖고 배우려고 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교과서를 수업자료가 아니라 목표로 삼곤 한다.

서울상원초등학교(교장 이효임)에서는 교사들이 함께 모여 자발적으로 배우고 연구하며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수업방법을 모색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교과서를 넘어 한 가지 주제를 더욱 깊이 있게 탐구한다. 교과 간 중복되는 내용을 줄이고 그만큼 시간을 확보하여 교사에게 일방적으로 듣는 수업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활동하는 수업, 교과서의 내용을 암기하는 게 아니라 토의하고 토론하며 발표하고 탐구하는 수업이 이루어진다. 즉,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는 수업이다.

서울상원초의 교사들은 항상 교육적 의미를 먼저 생각한다. 의미가 없다면 과감히 없앤다. 교육활동도, 행사도 형식적으로는 하지 않는다. 왜 하는지,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과연 의미가 있는지 세세히 따져보고 교육활동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치열한 고민을 거쳐 재구성된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경험, 흥미, 적성 등을 반영하고, 마을과 연계하여 더욱 생생한 경험과 체험 중심의 수업을 꾸려간다.

두려움 없이 새로운 교육과정을 시도하는 이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과정은 교사가 스스로를 바라보고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칠 것인지 동료교사들과 함께 고민하며 사고의 틀을 깨어가는 것이다.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그동안 교직생활을 하며 갖게 된 타성, 비자발성, 자만과 착각, 안락한 안주 등에 빠져있던 제 모습을 바라보게 됐어요. 아직 갇힌 생각을 완전히 깨부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매일 조금씩 깨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교육과정 재구성은 교사 한 명 한 명의 노력만으로는 힘들다. 그러나 함께라면 가능하다. 서울상원초는 12월이 되면 새 학년을 발표하고 이때부터 새 학년 새 학기를 준비한다. 2월에는 교사들이 거의 매일 만나 그동안의 경험과 전년도의 평가를 바탕으로 빼고 더할 것을 정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한다. 이를 통해 큰 줄기를 잡고 학기가 시작하면 매주 2회 동학년 수업연구회를 한다. 동학년 수업연구회는 ‘학년별 교원학습공동체’다. 이 시간에는 오로지 수업 이야기로 시작해서 수업 이야기로 끝난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프로젝트 학습을 연구하며 동료장학을 한다.

서울상원초 교사들은 자발적으로 배우고 연구한다. 그동안 쌓아온 수업자료 등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해마다 학생들이 달라지듯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이렇게 교사들이 자발적이고 열정적인 이유는 학교에 민주적인 문화가 흐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간섭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학년에 자율권을 부여한다. 그래서 교사들은 두려움 없이 새로운 교육과정을 시도한다. 학교에서 지원하고, 동료교사가 옆에서 함께 한다는 믿음이 그 바탕에 깔려있다.

이는 곧 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난다. 학생들은 자기 생각을 거리낌 없이 말하고 스스로 주인이 되어 교육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학생들의 변화를 수치로 계량화할 수는 없지만, 교사들은 “아이들의 결이 달라졌다”며 분명 그 변화를 피부로 느낀다. 학생들을 바라보는 교사의 시선에도 변화가 생겼다. 체험 중심의 활동은 학생의 행동 하나하나 세심히 관찰하는 기회가 된다. 전체 학생을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서울상원초에 깔린 민주적 문화는 학교에 대한 신뢰, 구성원 간의 결속력을 높였다. 무엇이 의미 있는 교육인지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는 학생에게만 향하지 않는다.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수업혁신은 아이들의 성장을 이끌었고, 이는 다시 교사의 성장을 불러왔다. 함께 공부하고 배우며 성장하는 학교, 서울상원초에서는 ‘공부’가 신나고 즐겁다.

탁영희 선생님

탁영희 선생님은 ‘어떻게 좋은 수업을 할지’보다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어떻게 자랄지’를 먼저 고민했다. 이렇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며 교사로서 존재 이유를 찾게 됐다고 한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게 된 계기도, 자신을 찾게 된 계기도 모두 학생들이다.

“학교와 교사의 존재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어요. 선행학습과 경쟁 위주의 교육방식으로 인해 학교에서는 멍하니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아이들 앞에 서서 어떻게든 가르쳐보려고 애쓰던 저 자신을 발견하고는 교사라는 내 존재마저 다시 생각하게 됐죠. 하지만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실천하면서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며 제 존재 이유를 비로소 찾게 됐어요.”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분명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아이들을 바라보며 가장 보람찼던 순간을 묻자, 교직생활 20년이 넘는 중견교사의 눈가에 불현듯 눈물이 맺혔다. 그 보람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전해졌다.

“아이들이 저를 부를 때 그냥 ‘쌤’이라고 부르지 않고 앞에 제 이름을 꼭 붙여서 불러요. 또 학교 밖에서 지나가다 저를 보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데,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일부러 다가와서는 아는 척을 하고 지나가더라고요.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행동하잖아요. 교실에서 혼이 날 때도 있지만, 저의 진심을 알아준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뿌듯하고 보람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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