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탐방

이해와 소통의 문화 속에서 영글어가는 혁신교육

양서중학교의 내부형 교장공모제 이야기

양서중학교는 지난 9월 새로운 교장선생님을 맞이했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새 교장선생님이 부임하면서 학교에는 한가지 변화가 찾아왔다.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학교의 혁신교육도 날마다 조금씩 더 영글어 가고 있다. 내부형 교장공모제 그 전과 후의 이야기를 선생님들과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들어본다.

글. 신병철 / 사진. 김동율

혁신학교가 더 단단히 뿌리내리는 날을 향해

연일 계속되던 미세먼지를 씻어주는 고마운 늦가을 단비가 내리던 11월의 어느 날, 양서중학교(교장 유경수)를 찾아 교장실로 들어섰을 때 취재진은 적잖이 당황했다.

“어,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로….”

“안녕하세요. 다시 뵙게 됐네요. 제가 지금은 양서중에서 교장을 맡고 있어요.”

취재진과 유경수 교장선생님은 구면이었다. 교육 현장을 취재하다 오가며 같은 선생님을 다른 장소에서 만나는 일은 흔한 일이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조금 달랐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유경수 교장선생님은 다른 학교에서 교무부장을 맡고 있었다. 그전에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들었다. 흔히 교장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단계적인 절차를 밟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 교장선생님으로 다시 만나게 된 이유와 과정이 궁금해졌다.

유경수 교장선생님은 지난 9월 양서중에 부임했다. 교장공모제를 통해서다. 교장공모제는 승진에 따른 교장 임용방식이 아닌 공개모집을 통해 교장을 뽑는 제도다. 승진 위주의 교직 문화를 개선하고 학교자치를 실현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7년부터 시범 운영을 거쳐 2012년 법제화됐다. 공모제 종류는 개방형, 초빙형, 내부형 등 3가지로 나뉜다. 이 중에서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교장자격증 소지자뿐 아니라 교장자격증이 없는 교사도 교육경력 15년 이상이면 공모에 지원할 수 있다. 즉, 자격 기준을 만족하면 평교사도 교장에 지원할 수 있는 제도다.

“양서중이 현재 4년째 혁신학교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곳에서 선생님들과 역할을 나눠 함께 한다면 서울형혁신학교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양서중도 혁신학교로 더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하게 됐어요. 강서·양천 지역은 제가 오랫동안 교직생활을 하며 정든 지역이기도 하고, 이곳에 자리한 혁신학교에서 의미 있게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었어요.”

‘함께’ 학교를 만들어가는 ‘동반자’

교장공모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직원의 찬반 투표를 거친다. 당시 내부형 교장공모제에 대한 양서중 교사의 찬성율은 70%. 절반을 훌쩍 넘는 교사가 내부형 공모제를 환영했다. 무슨 이유에서 이렇게 많은 교사가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찬성했을까?

“우리 학교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고 혁신학교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분이 교장선생님이 되어야 한다고 모두 생각했어요. 평교사 중에서도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갈 노하우를 가진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거죠. 학생이 행복하려면 교사가 행복해야 하고 교사가 행복하려면 같은 위치에서 교사생활을 겪으며 아이들과 학교의 고민을 함께 생각하고 공유할 수 있는 분이 교장선생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경수 교장선생님이 부임한 지 이제 약 3개월. 변화를 느끼기에는 충분치 않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많은 교사가 처음의 바람과 기대가 실현되고 있다는 걸 느낀다. 겉으로 눈에 보이는 사업의 성과가 아니다. 변화는 이해와 소통의 문화 형성으로 먼저 찾아왔다. 양서중의 선생님들은 교장선생님이 교사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함께’ 학교를 만들어 가는 든든한 ‘동반자’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학교가 합리적으로 운영될 거라는 기대가 생겨요. 예전에는 교사들의 의견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왜 그런 의견을 내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어 답답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자유롭게 교사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최소한 함께 고민은 해줄 실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유경수 교장선생님은 자신을 ‘N 분의 1’ 교장이라고 말한다. 모든 선생님에게 자신의 권한과 역할을 나누고 함께 학교를 운영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양서중의 선생님들이 교장을 혼자 학교를 이끌어 가는 ‘리더’가 아닌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모든 교사가 교장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생님들이 학교운영을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집행하고 평가까지 해야 창의성이 발휘되고, 이것이 다양한 수업의 모습으로 이어져 학생들도 자율성과 창의성이 발휘되는 거죠. 앞으로 더 자주 만나 이야기 나누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교감하는 시간을 가지려 해요. 자율성을 바탕으로 창의성을 키우는 학교가 되도록 선생님들을 돕겠습니다.”

김창우 선생님

양서중학교에서 처음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논의됐을 때 김창우 선생님 역시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찬성했던 교사 중 한 명이었다.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학교혁신, 나아가 교육혁신을 이루는 길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우리 교육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앙집중적인 권한이 배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교혁신은 리더의 역할을 하는 교장선생님의 역할이 커요. 수평적 리더십을 가지고 자신의 권한을 교사나 학부모에게 일정 부분 위임하고, 그렇게 위임받은 권한을 바탕으로 구성원들이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행동할 때 학교에서도 혁신이 이루어진다고 믿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가장 적합한 제도라고 생각해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새롭게 교장선생님이 부임한 뒤 김창우 선생님은 학교에서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처음으로 느꼈다고 한다. 바로 편안함이다. 그렇게 느끼는 것은 비단 본인뿐만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인다.

“제가 24년 정도 교직생활을 했는데, 양서중에서 처음으로 편안함을 느꼈어요. 사실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항상 어떤 형태나 이유로든 교장선생님과 긴장상태가 존재했거든요. 지금은 무슨 일이든지 합리적으로 처리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정말 편해요. 교장선생님과 회의하는 시간도 이제는 오히려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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