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수다

나는 아직 배움이 즐겁다!

평생교육시대, 새로운 배움을 찾아

‘사람은 늙어 죽도록 배운다’라는 속담이 있다. 세상은 넓고 새로운 것은 많으니 나이와 상관없이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뜻이다. 전 생애에 걸쳐 배우고 익히는 평생학습시대라고 한다. 학부모들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있을까? 수다를 위해 모인 학부모들은 말한다. 우리는 배움이 즐겁다고.

인터뷰. 오순희(<지금 서울교육> 편집위원) / 정리. 신병철 / 사진. 이승준

지금은 평생교육시대

오순희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평생교육이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렸는데,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곳도 많고, 평생교육이나 평생학습에 제법 익숙해져 있는 듯해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배워야 할 게 참 많죠. 그러다 보니 아이들 덕분에 학부모가 새로운 배움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자리한 학부모들 역시 새롭게 배움의 길로 들어선 분들인데요. 학부모로서 또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최근 새롭게 배움의 길로 들어선 경험을 들어보겠습니다.

김장옥 저는 사당중학교의 학부모 자율동아리 ‘두드림’에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아이와 진로를 고민해보고 함께 성장하자는 취지로 2013년에 시작해서 올해로 활동한 지 6년이 됐네요. 두드림은 월 1회 이상 모임을 통해 지갑 만들기, 티슈 케이스 만들기, 목도리 짜기 등 다양한 공예활동을 하는데요. 이렇게 학부모들이 모여서 만들고 배운 걸 토대로 1년에 두 번 이상 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직접 수업을 하기도 해요. 또 올해는 역사에 관심 있는 학부모들이 모여서 함께 공부하고 덕수궁에서 사당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슨트 활동을 했어요.

한은미 저는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책 읽는 걸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마을에서 지원하는 독서동아리에 들어가 활동을 했어요. 이걸 시작으로 마을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부모교육과 평생교육을 받았는데요.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보늬샘’ 연수도 받았고, 진로교육도 받아서 지금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로코칭 활동을 하고 있어요. 사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시작했지만, 하고 나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큰 보탬이 됐거든요. 지금은 진로코칭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 시작이 된 독서동아리 활동이 저에게는 큰 의미가 있어요.

윤성아 저도 처음에는 아파트 ‘입주 동기’ 학부모들이 함께 만들었던 독서동아리로 시작을 했어요. 네 집이 모여서 아이와 엄마가 읽을 만한 책을 각자 가져와 돌려 읽는 작은 동아리였죠. 그렇게 몇 년을 활동하다가 아이들도 크고 다들 바쁘다 보니까 활동은 흐지부지됐지만, 모임만은 유지를 했어요. 제가 지금 청소년 해설팀장이라는 직책으로 역사 강사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건 그중 한 분의 권유였어요. 당시 경력이 단절된 주부로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한 엄마가 우리 역사를 공부해서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단체에서 활동을 하게 됐는데, 그렇게 몇 달을 해보고 나니까 다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럼 수업이나 한번 들어볼까’라는 마음으로 따라갔던 게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는데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지금까지 이어졌네요.

김잔디 저도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독서동아리로 시작했어요. 아이들과 무언가를 같이 해보고는 싶은데 제가 이끌어가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끼던 차에 마을에서 독서동아리를 지원한다고 해서 주변 학부모들과 함께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게 됐어요. 사실 저도 책을 멀리하고 살았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싫어하면 아이도 싫어하게 된다는 걸 느끼게 됐거든요. 마을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마을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관심 가는 교육을 들으며 이것저것 해보다가 지금은 ‘심리모두맘’ , ‘진로모두맘’ 활동을 하고 있어요.

구청, 문화관, 도서관 등 우리 주변 가까운 곳에도 좋은 강좌들이 많아요. 도서관에서 인문학강좌를 듣곤 하는데, 강좌가 끝나면 현장 탐방을 하더라고요. 저도 아이와 함께 몇 번 간 적이 있었는데 굉장히 좋았어요. - 김잔디

오순희 흔히 평생교육이라고 하면 평생교육기관 혹은 온라인대학에서 강좌를 듣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는 걸 떠올리기 쉬운데요. 최근의 평생교육은 이와는 또 다른 모습인 듯합니다. 장소나 교육 목적 등 평생교육의 경향이 예전과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다고 느끼나요?

윤성아 저는 평생교육기관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교육을 받아본 적은 없어요. 아무래도 역사를 공부하고 있으니까 주로 박물관 등에서 무료교육을 받았죠.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수요일마다 무료강좌가 열리는데요. 인기 있는 강좌는 미리 가서 번호표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아와요. 특히 연세가 많은 분들이 매우 많아서 저희는 어린 편에 속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곳도 평생교육의 장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연령대를 불문하고 누구나 좋은 시설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요.

김잔디 맞아요. 저는 집 바로 옆에 있는 도서관에서 인문학강좌를 듣곤 하는데,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앞자리를 빼곡히 채워서 앉아 계세요. 어르신들만 있는 게 아니라 학부모들도 아이와 함께 찾아와요. 보통 서너 차례에 걸쳐 강좌가 진행되는데,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주제와 관련한 장소를 찾아 현장 탐방을 하더라고요. 저도 아이와 함께 몇 번 간 적이 있었는데 굉장히 좋았어요. 잘 찾아보면 구청, 문화관, 도서관 등 우리 주변 가까운 곳에도 좋은 강좌들이 많아요.

김장옥 독서나 역사 등 뚜렷하게 잘하는 게 있다면 관심을 갖고 찾아보겠지만, 사실 많은 학부모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혁신교육지구 학부모분과에서 학부모동아리끼리 서로 배운 걸 공유하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서로 다른 분야의 동아리가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새로운 관심사가 생기면, 몇몇 학부모들은 마을의 여성인력개발센터에 가서 수업을 듣고 관련 자격증을 따기도 해요.

한은미 저는 작년까지는 주로 구청에서 교육을 받았는데요. 올해 들어서는 시간이 날 때마다 서울시교육청을 찾고 있어요. 강사진이나 내용 등 교육의 질도 높고 인문학, 독서 등 교육과정도 다양하거든요. 무엇보다 학부모 대상 교육이기 때문에 학부모로서 보탬이 많이 돼요.

평생교육으로 새로운 꿈을 꾸다

오순희 예전에는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소가 평생학습관, 평생교육원뿐이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교육청을 비롯해서 도서관, 구청, 박물관까지 그 장소와 교육 분야가 더 다양해진 것 같네요.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해진 평생교육을 통해 얻는 긍정적인 효과는 무엇이 있을까요?

윤성아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벌벌 떨면서 수업했던 첫 수업 때가 문득 떠오르네요. 제가 제일 싫어했던 게 하나는 역사 과목이었고, 하나는 사람들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는 거였어요. 근데 지금은 그 두 가지를 하고 있죠. 특히 저는 역사 강사가 되기 전까지도 역사를 너무 싫어했는데, 아이들은 저와는 다르게 역사를 좋아해요. 아무래도 엄마가 역사를 공부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서 그런가 봐요. 제가 한국사시험을 준비할 때 고3이었던 큰아이와 같이 TV 앞에 앉아서 역사 수업을 들었는데요. 그게 아이에게도 정말 좋은 영향을 끼쳤던 것 같아요. 지금은 둘째가 큰아이와 제가 열심히 정리했던 역사 노트로 공부를 하고 있어요.

한은미 학부모교육을 받으면서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방향이나 시선에 큰 변화가 있었어요. 저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나름대로 교육의 방향을 정하고 있었어요. 학원에 보내거나 따로 학습지를 시킨 적도 없고요. 그렇게 막연한 방향성은 있었지만, 어렴풋이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거였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몰랐죠. 그런데 학부모교육이 그 방향성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됐어요.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하도록 엄마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길을 잡아가는 느낌이 들어요. 그게 발전돼서 제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까지 바라보며 진로코칭을 하게 된 거죠. 아이들을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긍정적인 효과예요.

김장옥 저도 지금은 아이들 앞에 서서 수업을 하고 있지만, 전에는 남 앞에 나서는 게 너무 싫었어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정말 많이 떨렸는데, 어떻게든 하고 나니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또 저희 동아리는 학부모들이 만든 공예작품을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하고 있는데요. 지자체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마을에서 잘 관리되지 않는 방치된 곳에 정원을 가꾸는 ‘게릴라 가드닝’을 함께 하자고 먼저 제안을 해서 2년 동안 진행하고 있어요. 단순히 정기 모임을 통해 학부모들이 만남을 가졌던 활동이 이제는 지역사회에까지 뻗어나가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큰 자부심을 느껴요.

한은미 또 다른 장점이 바로 학부모들이 함께 모여서 공동체활동을 한다는 점인 것 같아요.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활동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공동체활동이 이루어지는 거죠. 많은 학부모가 자기 아이뿐만 아니라 지역의 다른 아이들까지 대상으로 하는 공동체활동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어요.

학부모의 능력이 모자라고 교육 콘텐츠의 질이 떨어질 거라는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해요. 무료 봉사니까 당연히 받는 거고, 별거 없을 거라는 인식이 깔려 있어요. 좋은 마음을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어요. - 한은미

오순희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돌봄 때문에 많은 엄마가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데요. 이런 경력 단절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더욱 다양해진 평생교육의 기회를 통한 새로운 배움이 제2의 진로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런 경험이나 주변의 사례가 있나요?

한은미 평생교육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는 분들이 있어요. 제가 아는 분도 연수를 받고 본인 스스로 제2의 진로를 선택해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로교육을 하고 있어요. 또 다른 한 분은 독서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독서토론 강사를 하고 있고요.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결정하고 그 길로 가는 데 평생교육이 충분한 밑바탕이 되고 있어요.

김장옥 지난해 동아리에서 꽃꽂이를 했었는데, 그게 너무 재미있었는지 따로 공부해서 플로리스트의 꿈을 꾸면서 화원에 취업한 분도 있어요. 또 도슨트 활동을 하고 나서는 전문 해설사를 공부하는 분도 있고요. 그렇게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간 분들이 다시 동아리로 돌아와서는 자신이 공부한 걸 다른 동아리원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해요. 배움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거죠.

오순희 풀타임 형태로 근무하는 직장은 아니더라도 평생교육이 여러 기회가 되는 건 분명한 것 같네요. 평생교육을 통해 마을과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어려운 점은 없나요?

김잔디 학교에 심리상담을 나가고 있는데, 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아이가 많지 않아요. 학교에서는 문제가 생겨서 오는 단 한 명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제가 있는 게 의미가 있는 거지 아이가 많이 찾아온다고 해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라고 해요.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담교사로 와 있는데 정작 저를 찾는 아이가 없으면 내가 여기에 왜 있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어요. 구청에서는 좋은 취지로 학부모에게 심리상담 교육을 해서 학교에 배치했는데, 학교에서는 그다지 반기는 것 같지 않기도 하고요. 그럴 때면 구청에서 한다고 하니까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신청을 한 건 아닌가 싶어요. 물론,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해요. 상담을 하면서 아이가 속내를 털어놓고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일 때면 기쁘다고들 하는데, 저는 아직 그런 경험이 없어서 아쉬워요.

윤성아 역사 강의를 하기 위해서 1호선부터 9호선까지 안 타본 전철이 없고, 서울에 안 가본 학교가 없는 것 같아요. 가끔 강의가 점심시간 이후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몇몇 학교에서는 외부 강사에게는 급식을 제공할 수 없으니 행정실에 가서 식권을 사서 먹으라고 해요. 그럴 때면 겨우 차비 정도 받으며 이른 아침부터 준비해서 왔는데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나 싶어요. 그런가 하면 대기 장소를 마련해주거나 간식을 챙겨주고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학교도 있고요. 또 쉬는 시간이 되면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대개 교무실 내지는 휴게실을 안내받아 가곤 하는데, 그마저도 담당 선생님이 제대로 챙겨주지 않으면 쉬는 시간 내내 화장실에 가 있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도 아이들에게 좋은 걸 전해주고자 하는 마음에 이 일을 시작한 건데, 도대체 여기서 내가 뭘 하는 건가 싶더라고요.

학부모들이 국가가 공인하는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수준이 떨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인정을 받고 싶다기보다 무시는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윤성아

김장옥 저는 예산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됐어요. 학교나 구청, 교육청을 통해 예산을 지원받기는 하지만, 사실 동아리 활동을 준비하면서 개인 돈도 많이 들어가요. 다행히 저희 학교는 학부모들의 활동공간 등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고 선생님들도 학부모를 믿고 맡겨주고 계십니다. 학교 예산이 한정되어 있으니, 학부모동아리 활동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충분한 여유가 없는 부분은 아쉬워요.

한은미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서 움직여야 할 정도로 정신없이 바쁜 날이 많아요. 하루는 다음 날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늦은 밤에 발표내용을 점검하고 있었는데, 레이저 포인터가 건전지가 없어서 안 되는 거예요. 당장 건전지를 사러 뛰쳐나갔더니 남편이 그런 저를 보고는 “그거 안 하면 누가 뭐라고 하냐, 안 하면 큰일이라도 나냐”고 묻더라고요. 보수를 받기는 하지만, 보수에 비해 들이는 노력과 시간을 생각해보라는 거죠. 그 얘길 듣고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나 한참 생각하게 됐어요. 결론은 누가 억지로 시키는 것도 아니고 내가 좋고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였죠. 하지만 아이들을 돌보면서 남는 시간을 쪼개서 활동하는 게 힘에 부칠 때도 있어요. 직장에 다닐 때보다 더 바쁘고 정작 제 아이는 제대로 못 챙길 때가 있어서 속상하기도 해요.

윤성아 언젠가 한 번은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저희 강사에게 와서는 “아줌마, 이거 언제 끝나요?”라고 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나는 아줌마가 아니라 지금 이 시간은 선생님이야”라고 설명했더니 “전 여기 오고 싶어서 온 것도 아닌데요”라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는 그 강사가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어요. 극단적인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런 식의 대우를 받은 적이 여러 번 있었어요. 우리가 국가 공인 자격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수준이 떨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인정을 받고 싶다기보다 무시는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장옥 올해 초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학부모간담회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거기서 오갔던 이야기 중 하나가 학부모들의 능력이 너무 저평가받고 있다는 거였어요. 학부모가 학교에서 강의하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거죠. 그것도 무료로 강의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죠.

한은미 사회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부모의 능력이 모자라고 교육 콘텐츠의 질이 떨어져서 무료로 봉사하는 게 아니거든요. 내가 배운 걸 아이들에게 베풀고 싶은 엄마의 마음인 거죠. 그런데 무료로 봉사하니까 당연히 받는 거고, 별거 없을 거라는 인식이 깔려 있어요. 좋은 마음을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어요.

배움을 향한 열정의 원동력

오순희 그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때로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도 열심히 활동을 이어가는 건 분명 그 안에서 얻는 게 있기 때문이겠죠. 그렇다면 새로운 배움을 향한 학부모들의 이런 열정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윤성아 저는 결혼 전에는 제1의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했어요.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면서 제2의 인생을 살았는데, 제3의 인생도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걸 찾고 싶었어요. 그런데 당장 저녁 반찬을 걱정하기 바빴지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해야 할지는 몰랐죠. 구체적으로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요. 그렇게 십여 년을 살다가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복지관이나 교육센터 등을 찾아서 다양한 학부모교육을 들었어요. 그러다가 지금의 길로 들어서게 됐는데, 그때 당시에는 이게 제3의 인생이 될 줄 몰랐어요. 역사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하면 할수록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나 혼자만 하는 게 아니라 주변의 비슷한 처지의 학부모들이 동료가 되어 함께 한다는 것도 큰 힘이 돼요.

김장옥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내리 13년을 아이만 바라보고 살았던 것 같아요. 살림만 하다가 새로운 걸 배우다 보니까 배우면 배울수록 열정이 생기더라고요. 집에서 무기력하게만 생활했었는데, 배움의 즐거움을 깨닫고 나서는 삶이 활기차지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배움 그 자체가 즐거움이에요.

살림만 하다가 새로운 걸 배우다 보니까 배우면 배울수록 열정이 생기더라고요. 집에서 무기력하게만 생활했었는데, 배움의 즐거움을 깨닫고 나서는 삶이 활기차지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배움 그 자체가 즐거움이에요. - 김장옥

김잔디 제가 좋아서 하는 거죠. 저는 이 활동의 끝은 봉사로 마무리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직은 봉사다운 봉사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지금 배운 걸 토대로 소외된 이웃, 그리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봉사하고 싶어요. 흔히 인생은 길다고 하는데 나중에 나이가 들면 가족봉사의 개념으로 나누는 삶을 살고 싶어요.

한은미 무엇이든 가서 듣고 배우는 그 자체가 즐거워요. 무언가를 배워서 또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죠. 저도 베푸는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지금 제가 받는 학부모교육이 훗날 제가 그리는 삶을 위한 토대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 아이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지금 배우는 것들을 차근차근 쌓아 올려 나중에는 더 많은 사람에게 베풀고 싶어요.

오순희 오늘 이야기를 듣고 나니 평생교육이 없었다면 삶의 활력소가 되는 또 다른 즐거움을 찾는 기회도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학부모들이 평생교육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관심사와 흥미를 발견하고, 더 나아가 지역에까지 기여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학부모가 평생교육을 통한 새로운 배움으로 제2, 제3의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며 오늘 수다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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