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드

서울에서 세계화의 흔적을 찾다

새로운 세계를 향한 발걸음

오늘날 ‘세계화’라는 말은 새삼스럽기까지 하지만,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세계는 우리에게 너무나 낯선 곳이었다. 그러나 굳게 걸었던 빗장이 풀리기 이전에도 세계로 눈을 돌린 이들이 있었다.
그릇된 세계관에서 벗어나 세계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기 위해 바깥 세계로 향했던 발걸음의 흔적을 찾아 떠나보자.

글. 신병철 / 그림. 이철민

새로운 세계를 향한 발걸음

1. 세계를 보는 새로운 눈,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지도는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사료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1402년 조선 태종 때 제작된 세계지도로, 현전하는 동양 최고의 세계지도이자, 당시로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훌륭한 세계지도로 평가받는다. 이 지도가 주목받는 점은 동아시아를 넘어 아라비아,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담았기 때문이다. 당시 아라비아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 있었지만, 유럽과 아프리카는 낯선 곳이었는데도 이를 포함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 1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2. 조선시대 영어교재, <아학편>

<아학편>은 본래 정약용이 한자 학습을 위해 만든 책으로, 지석영과 전용규가 영어 발음과 철자 등을 적어 1908년 다시 펴냈다. 가운데에는 한자와 발음이 적혀 있고 왼쪽에는 일본어, 오른쪽에는 중국어 발음을 표기하고 아래에는 영어와 발음을 적어놓았다. 한 권의 책으로 4개 언어를 익힐 수 있게 구성한 것. 특히 영어 발음은 우리말로 발음했을 때 가장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도록 ‘으라이스(Rise)’, ‘을러언(Learn)’ 등 철저히 소리 위주로 표기했다.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139 국립한글박물관

3.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는 지혜, <서유견문>

<서유견문>은 유길준이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토대로 서양의 근대 문명을 소개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 견문록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한 기행문은 아니다. 유길준은 서양 근대 문물을 어떻게 받아들여 근대화를 완성할지 고민했다. 세계화 시대에 주체적인 대응을 강조한 <서유견문>의 지혜는 오늘날에도 되새길 만하다.

서울시 중구 서소문로11길 19 배재학당역사박물관

4. 대중 잡지로 만나는 세계 지식, <만국공보>

새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지식의 확산이다. 서양의 지식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다름 아닌 대중매체였다. 조선시대 대부분 서양 지식은 중국을 통해 전해졌다. <만국공보>는 중국에서 발행된 일종의 종합잡지로, 고종 때 우리나라에 유입됐다. 발명가 에디슨과 철학자 스펜서를 기사로 다루는 등 서양의 근대 지식과 각국의 시사를 소개했고, 상업 광고가 실리기도 했다.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55 서울역사박물관

5. 세계를 펼쳐보다, <화한삼재도회>

천문, 지리, 인사에 관련된 다양한 내용을 그림과 함께 수록하고, 선교사들이 들여온 서양의 과학지식까지 소개한 대중적인 백과사전이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화한삼재도회>가 그것으로, 중국에서 간행된 <삼재도회>를 일본에서 보완·수정한 뒤 통신사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이 책을 통해 당시 학계에 새롭고 다양한 정보들이 제공됐으며, 실학자 이덕무 등 많은 지식인에게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7 국립중앙박물관

6. 최초의 세계일주 기록, <해천추범>

1896년 민영환을 비롯한 네 명의 사절단은 러시아 황제의 대관식에 참여하기 위한 여행길에 나선다. 이들은 중국과 일본, 캐나다와 미국을 거쳐 네덜란드, 독일 등 10여 개국을 에돌아 러시아에 도착했다. 돌아올 때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러시아 전 지역을 거쳤다. <해천추범>은 민영환이 장장 6개월에 걸친 대장정의 기록을 담은 기행문이다. 선진문물을 면밀하게 살피고 이를 조선에 적용하기 위해 고민했던 그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198 대한민국역사박물관

7. 세계의 문화를 담은 백과사전, <지봉유설>

폭넓은 학식과 국제적 견문을 갖춰 실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수광은 세 차례에 걸쳐 명나라 방문한 뒤 <지봉유설>을 저술하여 서구의 문물과 천주교 지식을 소개했다. 특히 이 책은 다양한 내용이 담긴 것뿐만 아니라 유형별로 편집하여 백과사전의 효시로 꼽힌다. 중국, 일본뿐만 아니라 안남(베트남), 섬라(타이) 등 남양 제국과 ‘프랑크’, ‘잉글리시’ 등 유럽까지 소개하여 세계관을 새롭게 정립하는 데 이바지했다.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7 국립중앙박물관

8. 동서 문명교류의 역사, 황남대총 봉수형 유리병

경주의 고분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황남대총에서는 발굴 당시 국보 191호 금관 등 수만여 점의 유물이 쏟아졌다. 그러나 가장 주목받은 유물은 바로 봉수형 유리병이다. 신비로운 연녹색의 이 유리병은 너무나 이국적으로 보인다. 동부 지중해 주변에서 만들어진 유리병이 비단길과 바닷길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을 건너 전해진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 동서문명 교류의 역사를 잘 보여주는 유물이다.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7 국립중앙박물관

9. 세계 지식의 집성지, 집옥재

경복궁에 자리한 집옥재는 고종이 서재로 사용하던 공간이다. 집옥재가 세워질 무렵은 한창 개화정책이 추진되던 시기로, 고종은 근대 문물을 접하고자 당대 최신 정보가 담긴 서적을 수집했다. 집옥재에 보관됐던 서적 4만여 권 중 1450여 권이 국제정세, 군사기술, 과학 및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신기술 및 신문명의 내용이 담긴 신서적이었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과 문명은 실제로 경복궁 일대에 전깃불이 설치되는 등 당시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61 경복궁

1. 세계를 보는 새로운 눈,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2. 조선시대 영어교재, <아학편>
3.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는 지혜, <서유견문>
4. 대중 잡지로 만나는 세계 지식, <만국공보>
5. 세계를 펼쳐보다, <화한삼재도회>
6. 최초의 세계일주 기록, <해천추범>
7. 세계의 문화를 담은 백과사전, <지봉유설>
8. 동서 문명교류의 역사, 황남대총 봉수형 유리병
9. 세계 지식의 집성지, 집옥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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