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책

한반도의 과거를 돌아보며 교육의 미래를 그리다

임동원, <피스메이커>

남북관계 전개 과정과 북핵 문제 본질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세계적 냉전 해체 이후에도 유일하게 긴장을 유지해온 동북아시아 30년을 고위급 행정가의 펜으로 기록했다. 남과 북의 정치인 및 행정가들이 국내외의 많은 방해와 도전에도 불구하고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관계를 위해 노력한 전 과정의 기록이다.

글. 권종현(우신중학교 교사)

화해와 협력의 관계를 위한 기록

우리는 북한 문제에 관한 심층 정보를 언론인, 방송인, 여행가, 탈북자 그리고 학자들이 쓴 책에 주로 의존해왔다. 저마다 어느 정도의 진실을 담고 있으나 한계도 많다. 많은 자료 중에 좋은 정보를 골라내고 학습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이다. 부단한 독서, 사색, 성찰, 실천이 우리를 진실과 삶의 풍요로움으로 인도한다.

최근 외교, 국방, 통일 분야에서 실무를 담당했거나 막후에서 큰 역할을 맡았던 분들의 책이 여러 권 나왔다. 80년대 이후 50여 차례 방북하며 지미 카터,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과 미국인 억류자 송환 문제를 중재했던 김한식 박사의 <선을 넘어 생각한다>, 문정인 현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와 박근혜 정권에서 ‘귀태’ 발언으로 유명해진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의 공동대담집 <평화의 규칙>, 김대중과 노무현 두 정부에 걸쳐 연이어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던 정세현의 <담대한 여정> 등이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김진향 이사장의 책과 강의는 이제 너무 유명하다. 이들은 모두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다. 전략적 판단이 뚜렷하고 전술적 행동이 거침없다. 화해와 협력, 대립과 갈등의 부침 속에서 오늘의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견인해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임동원 회고록 <피스메이커>는 앞에서 거론한 책들의 밑그림이자 종합판이다. 앞의 책들은 대부분 작년 말 또는 올해 출간된 최신작이다. 최근까지의 상황을 담았다. 그러나 <피스메이커>는 2008년에 출간한 책이다. 분단 이후 노무현 정부까지의 남북관계를 담았다가 2015년에 개정증보판을 내면서 변화된 상황에 맞춰 수정과 첨가를 했다. 그럼에도 남북관계와 통일 그리고 북핵 문제의 본질과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는 이 책이 훨씬 더 구체적이고 유용하다.

저자의 이력이 그 이유를 말해준다. 그는 1957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70년대에는 국군 수뇌부에서 자주국방계획을 담당했다. 80년에 예편하여 나이지리아와 호주 주재 대사로 외교관 생활을 했다. 그 후 외교안보연구원장, 통일원 차관을 역임했다. 국방과 외교에서의 탁월한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1990년대 초 남북고위급회담 대표가 되어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채택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시대 흐름과 사회 변화를 담은 교육

노태우 대통령은 역할과 업적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대통령이다. 동서 냉전 해체가 시작되던 1988년 7·7 선언을 통한 북방정책과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1991. 12. 13)’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1992. 1. 20)’을 체결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노태우 대통령은 시대정신을 잘 파악했고 초지일관했다. 높이 평가할 일이다.

남북기본합의서는 ‘화해·협력’에서 ‘사실상의 통일’에 이르는 방향과 내용을 매우 잘 설정해놓은 매우 의미 있는 합의다. 이 내용은 노태우 대통령의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서 ‘남북연합’으로 표현됐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각각의 ‘3단계 통일방안’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그리고 6·15 공동선언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과 ‘연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는 점에서 남과 북이 통일방안 지향점을 합의하기에 이른 것이다.

당시 수백 차례 고위급회담과 실무회담을 하는 과정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했던 인물이 임동원이다. 그가 군비통제 전문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군비통제란 군비경쟁의 안정화를 꾀하는 일이다. 병력과 무기 등 군사력의 운용과 구조를 통제하고, 합의사항 위반을 제재함으로써 전쟁위험과 부담을 제거 또는 최소화하는 노력을 말한다.

김영삼 정부 때는 북한 붕괴 임박론이라는 주관적 희망에 근거한 잘못된 정보를 바탕에 두었기에 남북관계가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당시에 임동원은 김대중이란 인물을 만난다. 남북고위급회담에서의 활약을 눈여겨봤던 김대중 대통령은 삼고초려 끝에 1995년 그를 아태평화재단 사무총장으로 영입한다. 한평생 군인과 외교관으로 안보와 국방을 업으로 삼던 사람이 냉전 해체기 변화된 정세에서 우리 민족의 갈 방향을 고민하다가 김대중이라는 인물을 만난 것이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 통일부장관, 국가정보원장,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 역을 수행했다. 김대중과 함께 햇볕정책(화해협력정책)을 설계하고 시행하며 미국과 일본을 설득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최전방에서 이끌었다. 6·15 공동선언의 밑그림을 그려서 채택하는 데 기여했다.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은 독일 통일의 초석이 되었다. 그의 뒤에서 설계와 집행을 맡았던 에곤 바르라는 인물이 있다. 독일 통일 20주년이던 2010년,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동방정책과 햇볕정책’이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때 만난 에곤 바르와 임동원, 이들은 각각 유럽과 동북아에서 20여 년 시차를 두고 같은 일을 한 사람들이다.

저자는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과 ‘남북기본합의서’를 탄생시킨 남북고위급회담의 전개 과정, 클린턴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페리 보고서가 나오기까지의 과정), 6·15 공동선언 이후 물꼬를 튼 화해협력 전개 과정 등을 자세하게 기록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최고위층 인물들과 나눈 수많은 대화를 생생하게 기록함으로써 90년대 초반의 북한 지도부 생각과 의도 그리고 핵 문제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북미 적대관계와 한반도 핵 문제에 관해서도 상세하다. 한반도 문제는 민족 내부 문제인 동시에 국제 문제다. 특히 미국과의 문제다. 북핵 문제의 발단과 한반도 비핵화 합의 과정,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포용정책, 8년 동안 지속한 ‘제네바 합의’ 체제,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인 네오콘의 대북 적대 정책 6년, ‘고농축우라늄계획 의혹’으로 야기된 제2차 북핵 위기의 전개 과정, 6자회담 및 9·19 공동성명과 미이행 과정의 맥락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이후 전개된 북한의 6차에 이르는 핵실험, 화성15호 발사 성공, 핵무력 완성 선언, 4·27 판문점선언과 6·12 싱가포르북미공동선언으로 이어진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교육은 생생한 역사 무대 위에서 펼치는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이다. 시대 흐름과 사회 변화를 반영하지 않는 교육은 성립 불가능하다. 한반도 그리고 동북아와 태평양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남과 북의 과거를 통해 미래를 지향하는 일은 교육의 바탕이고 내용이며 목적이다. 이 책은 좋은 안내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그리고 북미수교로 이어져 한반도 평화가 돌이킬 수 없이 정착하기를 바란다.

피스메이커

임동원 저 | 창비 펴냄

북핵위기 20년을 기록한 책이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깊이 관여한 미국 고위관리나 전문가가 새로 출간한 회고록과 저서의 내용을 반영하여 2000년대 초중반 미국의 속내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2008년부터 2015년 봄까지의 남북관계와 북핵문제의 전개 과정 및 문제점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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