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오늘 하루가 마지막 날인 것처럼

글. 한얼(신도봉중학교 교사)

“나는 하루하루가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려고 노력했다. 특별하고도 평범한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 영화 <어바웃 타임> 중에서

2013년에 개봉한 영화 <어바웃 타임>은 제목 그대로 시간에 관한 영화다. 주인공인 팀은 성인이 되자마자 아버지에게 가문 대대로 시간을 거슬러 과거와 현재를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듣게 된다. 영화는 주인공이 과거와 현재를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여주는데, 팀은 그 엄청난 능력을 인류를 구하거나 악당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데 사용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여인 메리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아버지와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또는 동생을 위해 시간여행을 한다. 위에 인용한 대사는 수많은 시간여행을 통해 인생의 두 번째, 세 번째 기회를 얻어 살아가던 팀이 더는 시간여행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를 때쯤 나오는 대사다.

같이 근무했던 동료 선생님을 떠나보내며, 담임을 맡았던 학생들과 종업식, 졸업식을 하면서 짧게는 1년마다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해야 하는 교사의 숙명과도 같은 현실이 가혹하다고 생각했었다. 여러 해를 거치며 점차 적응이 되고 이를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나 자신에게 놀라는 경우까지 생겼지만, 그래도 여전히 5년 동안 근무했던 학교를 떠나는 아쉬움과 섭섭함은 크게 느껴진다. 학교를 옮길 시기가 되니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내가 교사로서, 동료로서 보인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지난 5년 중에 과거로 돌아가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에 대답 대신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다. 이런저런 문제가 생겨 결국 전학을 가게 된 그 아이의 말에 좀 더 귀 기울이고, 다독거렸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유독 관계가 불편했던 동료 선생님과 더 나은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시 돌아가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 역시 선뜻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학교를 옮기게 되는 시기가 가까워져 올수록 아쉬움과 섭섭함이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학생들과 동료 선생님들 덕분에 근무하는 내내 즐겁고 재미있던 순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학생들, 동료 선생님들과 보낸 행복했던 추억이 많을수록 떠나는 게 아쉽고 섭섭함이 크게 느껴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축적된 시간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그나마 가볍게 해준다.

5년, 1835일, 4만 3800시간. 막 태어난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시간이고, 중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시간이다. 하루씩 계산해도 1835일이나 되는 긴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해서는 하루하루를 온전히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 <어바웃 타임>의 대사처럼 하루가 특별하고 평범한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겠다고 다짐해보지만, 그 결심은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앞에 무너지게 된다.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중에서

<어바웃 타임>의 팀처럼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하루를 반복해서 살면서 여러 번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능력이 없는 우리로서는 비슬라바 쉼보르스카의 시 <두 번은 없다>의 구절을 되새기며 또 하루를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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