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지혜는 자란다?!

글. 원태철(서울우면초등학교 행정실장)

‘한 가지 일을 겪지 않으면, 한 가지 지혜가 자라지 않는다.(不經一事 不長一智)’

“얘들아 재미있니? 여기 마음에 들어?” 쉬는 시간에 몰려나와 바닥에 그려진 사방치기 놀이에 집중하던 아이들에게 던진 내 질문에 몇몇 아이들이 “네!”라는 함성(?)으로 대신한다. 명랑한 목소리가 창공으로 즐겁게 퍼지고 내 마음도 흐뭇하다. 티 없이 맑은 얼굴로 호기심 가득한 아이의 훅 들어온 질문이 순진하다. “그런데 아저씨는 누구세요?”

“학교에서 아이들은 각자 또는 친구들과 스스로 놀이를 통해 상호 학습하고 배우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교장선생님의 변함없는 의지와 주문에 따라, 학교 후문 앞 공간에 조성한 ‘놀이학습교실’에서의 일이다. 이곳은 푸른 하늘이 교실 천장이고 흙바닥 위 단차를 리모델링하여 만든 데크가 교실 바닥인 60평 남짓한 ‘야외 특별교실’이다.

혁신학교로 운영되는 교육현장에서 근무한 지 벌써 10개월째다. 오랜만에 학교에서 근무하게 된 나는 에듀파인 회계시스템이며, 530쪽이 넘는 계약실무책자 등 다양한 업무추진을 위해서 알아야 할 것도 해야 할 일도 참 많았다. 2012년 혁신학교로 개교한 우리 학교는 인근 택지지구의 개발 완료로 세 자녀 이상 다자녀 가정이 많을 뿐 아니라, 매년 학생 수가 늘어나 3년 전 5층 별관을 신축하고 올해 2개 학급을 증설할 정도로 지역 내 유일하게 1500명이 넘는 과밀학교이면서 교육에 대한 학부모님들의 관심과 기대도 높다.

서서히 업무에 적응해갈 즈음에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내려온 비교적 큰 금액의 목적사업비가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신청한 사업내역과 교부된 사업명이 달라서 교육청과의 사전 조율절차가 필요하고, 이후 적정한 공사집행 방법도 검토해야 했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규정과 절차에 죽고(?) 살지 않는가….

교장선생님의 방침과 필요성에 공감하여 여름방학기간 중 공사를 하기로 했다. 교육청 예산부서와 사전협의를 완료한 후 적정한 공사집행을 위해 설계감리를 발주하여 공사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관할교육청의 도움을 받아 적은 예산으로 설계감리를 맡길 수 있었다.

드디어 9월 초, 수차례의 공사 관련 회의와 시공과정에서 소소한 에피소드를 거쳐 근처 모래놀이장과 연계한 학교 후문 앞 공간은 주변 수목과 어우러진 ‘놀이학습교실(zone)’로 새롭게 탄생했다. 청록과 빨강의 그늘막 파라솔, 안전을 고려한 탄성고무 바닥재 시공, 전통놀이 방식의 달팽이와 사방치기 그림이 그려진 신나는 야외데크 놀이공간으로 리모델링되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학교 현장에서 각급 학교 행정실은 아이들의 교육지원과 선생님들의 교단지원으로 공교육을 완성하는 중심역할을 담당한다. 수십 년간 학교에서 수동적이고 반복적인 업무형태의 행정실을 탈피해서, 능동적으로 교육지원기능과 역할을 책임지고 담당할 수 있도록 학교조직에서 행정실의 법제화 등의 제도 개선이 신속히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교육 현장에서 행정실의 업무처리는 대체로 아이들과 선생님에게 직접적인 교육지원 효과를 불러온다. 학교교육을 위한 또 다른 첨병 역할을 담당하는 수레바퀴의 한 축으로, 스스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한다면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지금보다 커지지 않을까?

‘한 가지 일을 겪지 않으면, 한 가지 지혜가 자라지 않는다’라는 옛말과 같이 하나의 업무를 경험하면서 그로부터 나오는 지혜와 보람을 얻었고, 이후에도 다양하고 소소한 학교업무 경험을 통하여 또 다른 지혜와 기쁨이 자라는 중이다. 오늘도 시나브로 학교아저씨가 되어간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