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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새로운 미래를 대비하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특별대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평화통일교육 특별대담 영상

지난 10년간 깊이 가라앉아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었던 ‘평화’와 ‘통일’이 수면 위로 떠올라 시대의 새로운 화두로 자리 잡았다. 평화통일교육의 변화가 시급한 시점, 두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한반도 문제의 현인’이라 불리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평화통일교육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온 유동걸 영동일고등학교 교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대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유동걸 영동일고 교사 / 사회. 조건수 <지금 서울교육> 편집장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평화통일교육 특별대담 전체영상

평화통일교육의 어제와 오늘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평화통일교육 특별대담 1부 영상

조건수 2018년은 민족사적으로 큰 전환기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평창동계올림픽부터 숨 가쁘게 달려온 남북평화체제, 다가올 북미정상회담까지 거치고 나면 우리 삶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요?

정세현 이제 북미 간 수교까지 맺게 되고 그 과정에서 비핵화가 이뤄지면서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바뀌는 일이 일어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지난 70년 동안 한반도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던 냉전구조가 해체됩니다. 우리는 냉전구조 속에서 습관적으로 대북적대를 당연시해왔습니다. 북한과 미국이 수교하면 북미적대가 끝납니다. 북미적대가 끝나면 남북적대 또한 당연히 끝납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재래식 군비 또한 감축해야 합니다. 남한과 북한의 병력을 합치면 180만 명이나 됩니다. 북한의 115만 병력을 감축해서 80만 명을 노동력으로 전환하면 식량문제 해결이나 일용품 생산도 수월해질 겁니다. 즉, 냉전체제의 와해는 분단체제의 와해입니다.
그럼 평화통일교육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전까지 평화통일교육은 안보교육과 평화통일교육을 순환했습니다. 일관된 방향성이 없었죠. 이제 일관된 방향으로 평화통일교육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됐습니다. 앞으로는 남북 간의 사회·문화적 교류를 어떻게 활성화해서 동질성을 키워나가느냐가 중요해지리라 봅니다. 통일, 평화를 위한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가 곧 올 것입니다.

조건수 그런 상황에서 일반 시민들은 어떤 노력과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정세현 새로운 시대에 맞는 대북관과 국제정치관을 가져야 합니다. 1948년 남한과 북한에 각각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 분단이 됐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 민족이 분단됐고, 남한과 북한은 서로 원수가 됐습니다. 인구의 10%가 사망한 전쟁을 치렀는데 서로를 좋게 볼 수 없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대북적대에는 이유가 있는 거죠.
하지만 현재의 대북적대를 전제로 정치, 사회, 문화에서 통용되는 태도를 유지하면 변화하고 있는 국제정치에 대응할 수 없습니다. 새로이 도래하는 시대에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됩니다. 특히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까지 대북적대감이 세습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왜 싫으냐고 물어보면 습관적으로 자신의 할아버지 세대와 비슷하게 답변합니다. 그래서 평화통일교육은 학생에게만 국한하여 행할 게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조건수 그래서 평화통일교육이 더 중요할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 학교교육에서 평화통일교육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유동걸 학교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기존 안보 중심의 평화통일교육이 현장 선생님들의 사고에 널리 퍼져 있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올해 교육부에서 평화통일교육 핵심교원 80여 명을 선정해 시도별로 6~8명을 배치했는데, 경쟁률이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도 평화통일교육 관련 직무연수를 진행하고 있고요.
지난 10년 동안 평화통일교육은 암흑기였습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정권에 따라 평화통일교육의 지향이 달라졌습니다. 예컨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당시 제가 근무하던 학교에서 6.15공동수업을 할 때 거의 모든 학급에서 ‘통일 모자이크 만들기’ 활동을 했습니다. 평화통일교육에 그다지 관심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거죠.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평화통일교육은 선생님들의 광범위한 실천과 노력으로 이뤄졌었습니다. 북한에서도 남한을 방문해 6.15 남북공동수업을 참관할 정도였으니까요. 남북 교사 교류도 활발했던 시기죠. 하지만 지난 두 정권을 지나며 북한을 주적으로 생각하면서 다시 반공 이데올로기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동안 이뤄진 평화통일교육은 몇몇 신념 있는 선생님들이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과 학부모들 모두가 통일에서 점점 멀어지는 시간이었죠.

정세현 지난주 지방에 특강을 다녀왔습니다. 몇 번 방문한 적 있는 시민단체의 강연인데, 예전엔 20~30명 정도 왔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100여 명이나 와 계신 겁니다. 제가 놀란 건 젊은 사람들, 그것도 선생님들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민심이 바뀌고 있고, 선생님들 또한 변화된 시대를 조금이라도 빨리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어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일종의 사명감이죠. 교육부에서 책 한 권 만들려면 5년이란 시간이 필요합니다. 교육과정이라는 큰 순환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고, 현재의 시사점을 제대로 담아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 부분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건수 통일에 대한 정의도 새로 내려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두 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정세현 흔히 통일이라고 하는 상황은 국호도 한 개, 정부도 한 개, 국가(國歌)도 한 개, 법률제도도 한 개라고 머릿속에 그립니다. 민족분단의 세월이 70년이 넘었습니다. 독일은 분단된 후 45년 만에 통일이 됐기 때문에 통일이 비교적 쉬웠습니다. 다시 말해 원상회복이 가능했죠. 하지만 우리는 남북적대 기간이 70년이 넘었습니다. 분단된 후 ‘접합상태’로 원활히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의 한계는 20년까지라고 봅니다. 그 이상이 되면 통일이 조금씩 어려워집니다. 하나의 국가로 통일이 되는 것도 향후 20년은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통일의 개념을 하나의 국가로만 인지하고 있어서 문제입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으니 이런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하나의 국가 통일은 다음 단계 목표가 돼야 합니다. 우선은 두 개의 국호, 두 개의 정부, 두 개의 국기, 두 개의 국가(國歌)가 있을지언정 서로를 적대시하지 않는 평화협정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통할 통(通)자 통일’을 먼저 해야 합니다. ‘통일’의 ‘통’자는 거느릴 통(統)입니다. ‘거느릴 통(統)자 통일’은 그다음 단계고 우선은 일상의 통일 즉, ‘통할 통(通)자 통일’을 먼저 해야 합니다. 통일에 대한 개념을 새로이 설정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조건수 최근에는 평화통일교육도 토론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많아졌습니다. 올해는 통일교육원에서 매년 발행하는 <통일교육지침서>를 <평화·통일교육:방향과 관점>이라는 제목으로 바꾸면서 통일 이슈가 변화할 때마다 개정하여 배포하겠다고 하는데요. 평화통일교육의 방법론이 바뀌고 있는 것 같은데, 일선 현장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유동걸 민주시민교육과 통일문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훈련이 안 되면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최근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나 민주시민교육을 기반으로 하여 학생들이 사회문제를 자신 삶의 문제로 인식하는 변화가 우리교육에도 일어나고 있는데요. 평화통일교육도 과거 정신교육처럼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하고 심어주는 교육이 아니라, 통일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직접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어떤 변화가 예상되고, 친구들과 자신의 생각은 어떻게 다르고, 또 서로 간의 이견을 조율하는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의 흐름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세현 기왕에 개념을 바꿔야 한다면 방식도 바꿔야 합니다. 두 팀으로 나눠 어느 쪽이 더 좋은 통일인지 집단토론을 하는 식의 과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때마침 요즘엔 학생 수도 적으니 최적의 환경입니다. 한 반에 학생이 60~70명이었던 시절엔 상상도 못했어요.

유동걸 사실 토론을 하려면 금기가 없어야 하잖아요. <통일교육지침서>가 <평화·통일교육:방향과 관점>으로 바뀌긴 했지만, 기본 기조가 자유민주주의에서 어긋나는 대북관, 균형 잡힌 시각을 벗어날 경우 교사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게 현실입니다.

정세현 토론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상상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하고, 통찰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앞으로 국내, 국제적 상황이 그런 식견이 필요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평화통일교육 특별대담 2부 영상

북한에 대한 개념도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조건수 요즘엔 ‘북맹’이라는 단어도 쓴다고 해요. 토론을 하기에 앞서 ‘북맹탈출’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유동걸 북맹탈출은 <개성공단 사람들>을 쓰신 김진향 교수님이 처음 사용한 단어입니다. 김 교수님이 4년 동안 북한 사람들을 만나서 협상하고 때로는 싸우기도 했답니다. 일상의 부딪힘 속에서 이견이 있을 때마다 서로의 속내를 알아가다 보니까 ‘내가 북한에 대해서 얼마나 몰랐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왜곡된 정보, 가짜뉴스 등으로 북한에 대해 잘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북맹에서 벗어나는 게 통일을 고민하고 인식하는 기본이 된다고 말씀하신 바도 있고요.

정세현 북맹탈출을 위해선 이걸 먼저 알아야 합니다. 지금은 2018년입니다. 10년 전 북한의 모습만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북한 절대로 상종하면 안 된다’ , ‘그들이 전쟁을 일으켰듯이 우리도 북한을 제거해야 한다’는 북진통일론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죠. 그런데 50년대 북한도 이미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50년대의 대한민국이 60년대에는 없어졌듯이 말입니다. 대한민국도 시대가 바뀌면서 옛 모습이 사라지고 사고방식도 달라졌지 않습니까? 북맹을 탈출하려면 우리 인식 속에 남아 있는 북한은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변화된 상대에 맞춰야 대화도 할 수 있고 교류협력도 가능합니다.
이번에 10년 5개월 만에 북한을 다시 갔는데, 평양이 완전히 환골탈태했습니다. 중요한 건 북한의 경제가 나빠지지 않고 좋아졌다는 사실입니다. 2018년의 평양은 2008년과는 다릅니다. 더 나아가 90년대 평양, 80년대, 70년대 평양을 아직도 머릿속에 넣어놓고 그들을 상대하는 건 틀린 접근입니다.

유동걸 자신을 스스로 ‘평양순회특파원’이라고 이름 붙인 재미 언론인 진천규 기자가 그 역할을 크게 했습니다. 8번 평양을 방문해 취재하면서 “서울과 평양의 시간은 같이 흐른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죠.

조건수 정세현 장관님의 말씀이 너무 아프게 다가오는 게, 지금 교과서에는 고난의 행군 시기의 사진들이 나와 있고, 선생님들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면 ‘세금 폭탄이 걱정돼요’ 같은 말이 나옵니다. 말씀하신 내용이 어떻게 잘 퍼져나갈지에 대해서도 여쭙고 싶습니다.

정세현 지금 선생님들을 집단으로 평양에 보낸들 큰 변화를 일으키진 못할 겁니다. 비교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죠. 시간 개념이 들어가지 않은 비교는 의미가 없습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동시대의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해야 합니다. 통시적 비교와 동시적 비교를 같이 해야 해요. 통일문제를 이야기하려면, 가령 ‘우리가 서로를 적대시할 때 동독과 서독은 어땠는가?’ , ‘그 사람들은 이렇게 했기 때문에 통일이 됐다’ , ‘우리는 당시 이런 길로 갔기 때문에 통일이 안 됐다’ , ‘그들은 거느릴 통자 통일을 45년 만에 끝내버렸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통할 통자 통일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북한에 대해 올바른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반북을 넘어 혐북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결국 우리나라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없애는 독약 같은 일종의 자충수입니다.

유동걸 통일교육원에 올라와 있는 평화통일교육 자료 중에는 과거 냉전 시대의 유물들이 그대로 올라온 게 꽤 많았어요. 교육부에서 이번에 대대적으로 전수조사해서 개선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정세현 통일교육원에서는 해마다 <통일교육의 이해>, <북한의 이해>라는 책을 냅니다. 어떻게 보면 실시간으로 정리하는 셈입니다. 그럼 교재로써 바로 반영이 되면 좋은데, 교육과정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바로 적용이 어렵다고 합니다. 교과과정 개편에 맞춰 들어가면 뒤늦은 정보가 됩니다. 통일부 자료를 인용해 교재를 만든 시점에 이미 북한은 저만큼 더 변화해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참고하는 교사용 지침서 같은 것들은 실시간으로 수정,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조건수 최근 저학년 초등학생에게까지 반북 더 나아가 혐북의 정서가 자리하고 있는데, 그 근원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그리고 이런 정서의 재생산과 교육을 막기 위해 어떤 태도와 변화가 필요할까요?

정세현 90년대 중반 김영삼 정부 시절일 겁니다. 그때가 어떤 상황이었냐면, 당시 대통령은 북한 붕괴를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수시로 북한붕괴론 이야기가 나오니까 학자들은 흡수통일론을 이야기하고, 경제학자들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며 통일비용을 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통일비용을 계산할 때 가장 악질적으로 계산한 곳이 일본입니다. 통일을 두려워하게 만들어서 북한을 영원히 적대하게 하여 그 반사이익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 일본이죠. 일본에서 통일비용을 계산하면서 뭐라고 했냐면, ‘통일을 하면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간다’ , ‘한국 재정의 절반 정도가 들어가게 된다’ , ‘북한을 끌어안기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한국이 지불할 수 있겠느냐?’ 그렇게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줘야 한다는 식으로 올리다 보니까 통일비용이 국가 예산보다 더 많이 든다는 식으로 추정치가 나온 겁니다. 당시 언론들은 이 사실을 경쟁적으로 보도했어요. 이걸 보고 국민들은 ‘통일되면 돈 엄청 들겠구나’ , ‘통일되면 북한에 돈 주느라 우리나라는 거지가 될지도 몰라’ 이런 식의 이야기를 무심코 하게 됐죠.
국민들이 통일을 두려워하게 만든 게 90년대 통일비용론이에요. 이후 정부가 바뀌고 북한붕괴론, 흡수통일론은 말도 안 되는 것임을 깨닫고 화해협력으로 서로 통하는 통일로 가야 한다는 통일철학으로 정책을 추진했죠. 자연스레 통일비용 이야기도 사라졌습니다. 정권의 대북관에 따라서 흡수통일론, 통일비용론이 유행했던 시절에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이 인식의 변화 없이 자식들에게 대북관을 물려주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부모 교육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학생 교육과 부모 교육을 함께 해야 합니다. 학교에서만 하는 걸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평화통일교육은 모두가 함께 해야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평화통일교육 특별대담 3부 영상

조건수 동포로서 북한과 주적으로서 북한. 모순된 북한의 이미지를 어떻게 다층적으로 바라보게 할 것인지,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민족주의로서 평화통일교육이 적절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유동걸 통일의 철학이랄까요. 탈근대 시대가 됐잖아요. 근대는 거대한 이념과 체제가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했다면, 지금은 다양성이 중시되고 공통성보다는 차이를 존중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민족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혈연으로 이어진 핏줄임에도 불구하고 통일은 장기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민족의 가치는 중시해야 하지만, 민족에 앞서 서로 간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타자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우리가 일반적으로 북한에 대해 생각하면서 적대적인 개념을 사용하곤 하잖아요. 주적이라는 참 무서운 표현을 사용하면서요. 양국의 정상들이 적극적으로 만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런 인식을 한다는 것 자체가 뒤떨어진 생각이다 싶어요. 그런 걸 자꾸 검증하려고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정세현 북한 인권, 열악합니다. 북한 인권을 개선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밖에서 인권을 개선하라고 압력 넣고 고함질러도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의 인권사를 한번 봅시다. 60년대, 70년대 국가의 인권침해가 심각했었습니다. 전 사회가 인권침해 상태에 있었죠. 밖에서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한국이 민주주의인데 그럴 리가 있냐고 했어요. 우리나라는 선거제도만 민주주의지 통치제도는 독재였습니다. 인권이 말살되고 있었죠. 인권이 개선되는 건, 경제가 좋아지고 생활수준이 올라가니까 국민의 인식이 자연적으로 개선됐습니다. 80년대 민주화운동이 일어나면서 더는 정부가 국민을 권력으로 찍어누를 수 없게 된 겁니다.
국가의 경제력이 올라가면 국가의 인권 수준도 비로소 개선됩니다. 인권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게 자신의 것이 되고 요구하게 되려면 경제적 생존권부터 개선되어야 합니다. 경제적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은 북한에 정치적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하는 건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한테 대학교에 들어가라는 소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발전단계에 따라서, 경제적인 수준에 따라서 인권은 개선되게 되어 있어요. 그게 첫걸음이 되어야 합니다.

유동걸 언론의 역할이 대단히 큽니다. 일반인들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에 <공동경비구역 JSA>를 약간 모방해서 <수다로 통일-공동공부구역 JSA>라고 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생겼더라고요. 예능 프로그램인데도 북한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더군요. 이런 활동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생님들은 학생들과 함께 통일기자단이나 통일동아리 같은 활동을 더 활발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촛불을 들었을 때 ‘우리들도 할 말이 있다’고 했던 것처럼 ‘통일시대의 주인은 우리다’라는 생각으로 통일 문제의 중심에 서야 해요. 중고등학생이 중심이 된다면 오히려 젊은 친구들이 부모들을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조건수 그렇다면 평화통일교육을 통일부가 해야 할까요? 교육부가 해야 할까요?

정세현 둘이 같이할 수밖에 없어요. 법제화해야 합니다. 말로만 해서는 안 돼요.

조건수 그럼 서울시교육청은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정세현 통일교육원 교수들과 서울시교육청의 연구사, 장학사들이 토론하면서 교재를 편찬하고, 교사 지침서 등을 해마다 수정 증보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뒤늦게 두루마기 차려입고 손짓해봐야 버스가 떠나면 소용없습니다.

유동걸 민주시민교육과의 평화통일교육 담당 장학사님이 오랫동안 업무를 주관하고 계시는데, 평화통일교육과가 신설되어 서울평화통일교육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그 속에서 교재 편찬이나 프로그램 개발, 행사 등을 광범위하고 대대적으로 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세현 서울시교육청의 전문가들이 수시로 워크숍도 하고, 세미나도 하고, 또 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실 책을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뉴스레터 비슷하게 최신 정보를 빠르게 수시로 공유해야 합니다. 그렇게 <지금 서울교육>에서도 지면을 할애해 소개하면 좋겠습니다. 이런 대담회 자리도 좋지만, 빠르게 소식을 공유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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