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수다

가정 경제교육의 첫걸음 ‘용돈’

용돈으로 현명한 소비와 생활습관을 기른다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실감할 때 중 하나가 바로 ‘돈’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을 때다. 조금씩 개인적인 용도로 돈을 사용하는 일이 많아지는 시기가 되면 부모들은 용돈에 대해 고민한다. 아이의 성향, 부모의 가치관 등 각각 기준이 달라 절대적인 정답이 없어 더 고민스러운 용돈. 그 힌트를 학부모들의 경험에서 나오는 생생한 수다에서 찾아본다.

인터뷰. 최선미(<지금 서울교육> 편집위원) / 정리. 신병철 / 사진. 이승준

언제부터 얼마를 줘야 하나요?

최선미 혹시 지금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시나요? 언제부터 용돈을 줘야 할지, 얼마를 어떻게 줘야 할지, 다들 한 번쯤 고민하기 마련이죠. 그래서 오늘 학부모들의 수다에서는 용돈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돈을 구분하기 시작하면? 혹은 특정 연령이 되면? 각자 용돈을 주는 시기에 대해서는 기준이 다르기 마련인데, 언제부터 용돈을 주는 게 적당할까요?

강정아 사춘기가 찾아와서 자아가 성립되는 시기부터 용돈을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본인만의 기준도 생기고, 부모에게는 감추고 싶은 일이나 하고 싶은 일도 많아지잖아요. 또, 그 무렵부터는 친구관계에서도 돈이 필요한 일이 생기더라고요.

석지영 제대로 된 용돈을 줘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던 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였어요.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친구관계가 형성되면서 생일선물을 준다든지, 선물을 받으면 답례를 한다든지 개인적으로 돈을 쓰게 되는 일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때부터 용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설명해주고 주기 시작했어요.

김지영 저도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용돈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친구들과 함께 분식집에 들러 떡볶이를 먹고 온다든지 하는 일들이 생기면서 친구관계를 형성하는 데 돈이 필요한 시기가 찾아오더라고요. 그래서 ‘기초생활보장비’ 같은 개념으로 5학년 때부터 용돈을 주기 시작했어요.

오순희 맞아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아이들이 같이 어울려 다니며 무언가를 사 먹으면서 서로 사주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면 자기도 친구한테 뭘 사줘야 하니까 일주일에 얼마씩 용돈을 주려고 했는데, 크게 필요해하지는 않더라고요. 아마 각자 성향의 차이인 것 같아요. 그래도 고학년이 되면 친구관계도 있고 하니 적은 금액이라도 정기적으로 용돈을 주고 직접 관리하도록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강정아 용돈을 주기 시작하는 시기의 기준이 꼭 나이만은 아닌 것 같아요. 둘째, 셋째 아이의 경우에는 첫째보다 훨씬 빨리 개인적으로 돈을 써야 할 일이 있다며 용돈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아직 이른 것 같은데, 친구들과 그런 문화를 즐기고는 싶어 하니까 안 줄 수도 없고 고민이 돼요.

집안일을 하면 그 대가로 용돈을 준 적이 있었는데, 엄마가 집안일 하는 건 당연한 거고, 자기가 하는 집안일은 보상이 따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공동체생활에서 당연한 일을 용돈으로 보상하는 건 잘못된 것 같아요. - 강정아

최선미 용돈을 주기 시작하면, 그 범위도 고민되기 마련이죠. 용돈의 금액은 어떻게 정하셨고, 그 범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석지영 저는 중학교 1학년 큰아이에게 한 달에 6만 원씩 주고 있어요. 그중에서 십일조와 주일헌금에 만원을 쓰고 나머지 5만 원을 사용하게 되는데, 일주일에 만 원씩이면 적당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나머지 만 원은 친구 생일선물을 사 주거나 하는 데 쓰는 여유비용이고요. 이 여유비용은 친구 생일이 한 달에 한 번일 수도 있고 두 번일 수도 있으니 무조건 다 쓰지 말고 나중을 대비해서 저축하라고 이야기해줬어요. 학용품이나 준비물은 직접 사는 대신 큰 비용이 들 때는 제가 이유를 들어보고 타당하다고 생각되면 보조해주겠다고 했고요. 문제는 학교에서 외부활동을 나갈 때가 많은데, 요즘 식사비가 워낙 비싸다 보니까 용돈만으로는 감당이 안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밥을 사 먹는 데 얼마가 들고, 친구들과는 뭘 할 예정인지 아이와 상의해서 최소비용으로 지원해주고 있어요.

오순희 5학년 때 용돈을 얼마씩 주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일주일에 천 원이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적은 금액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그마저도 잘 달라고 하지는 않아요. 학습재료를 사거나 식사비, 의류구입비 등은 당연히 제외하고 본인이 사고 싶은 물건, 사 먹고 싶은 간식 등을 포함해서 금액을 정하면 될 것 같아요. 지금은 아이가 크게 요구하지는 않아서 정기적으로 용돈을 주고 있지는 않지만, 초등학생은 일주일에 5천 원, 중학생이 되면 일주일에 최소 만 원은 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강정아 중학교 1학년인 첫째 아이에게 일주일에 5천 원씩 한 달에 2만 원을 주고 있어요. 용돈 이외에 친척 어른들에게 받는 추가적인 용돈에 대해서는 제가 관여하지 않아서 일부러 조금 적게 잡았어요.

김지영 초등학교 6학년 아이에게 한 달에 2만 원씩 주고 있어요. 적다면 적은 금액인데 아이가 용돈을 쓰는 데가 편의점에서 소소하게 뭘 사 먹거나 하는 정도거든요. 저도 용돈을 주고 나서부터는 친척 어른들이 주는 돈은 터치하지 않는데, 금액이 큰 경우에는 문제가 생겨요. 아이가 구체관절인형을 좋아하는데 이게 꽤 비싸요. 근데 세뱃돈을 받거나 해서 큰돈이 생기면 전부 그 인형을 사는 데 쓰는 거예요. 제 기준에는 낭비지만 아이에게는 정말 갖고 싶은 소중한 물건이고 자신에게 가치 있는 데 돈을 쓰는 건 옳은 일인 것 같아서 허락했는데, 다음에도 똑같이 그 인형을 사는 데 돈을 모두 쓰려고 하더라고요. 그럴 때면 제가 나서서 제동을 걸어야 하나 고민이 돼요. 그래서 지금은 가지고 놀지 않는 인형은 중고로 팔고 거기에 네 용돈을 조금 더 보태서 사라고는 하는데, 이렇게 한 번에 큰돈을 쓰게 하는 게 잘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용돈으로 올바른 생활습관 기르기

최선미 특히 명절이 되면 추가적인 용돈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아이가 어릴 때는 대개 엄마가 가져가지만, 어느 순간 아이가 그 돈을 왜 엄마가 가져가냐고 하는 시점이 찾아와요.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추가적인 용돈도 아이들이 직접 관리하게 해야 할까요?

오순희 저는 그렇게 생기는 용돈은 성인이 되면 다시 줄 생각으로 다 저축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가 고학년이 되고 나서 언젠가 그 돈이 다 어떻게 됐냐고 묻더라고요. 네 이름으로 저축하고 있고, 올해는 얼마를 저축했다고 하니까 그러면 지금까지 대략 얼마가 저축됐는지 햇수를 곱해서 대충이나마 계산을 하더라고요.

강정아 저도 아이마다 통장이 다 따로 있고, 명절에 큰돈이 생기면 저축을 하고 있어요. 대신 예를 들어 피아노처럼 큰 금액이 들어가는 걸 사고 싶다고 하면 네가 좋아해서 사는 거고 네 악기니까 네 통장에 있는 돈으로 사라고 해요.

석지영 저도 역시 계속 저축을 했었는데요. 아이들이 여섯 살 무렵부터 목표가 하나 있었는데, 호주에 가서 꼭 캥거루를 만져보고 싶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작년에 호주에 다녀왔어요. 그렇게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아이에게 “친구들은 세뱃돈 받으면 사고 싶을 것 살 동안 너는 이번 여행을 위해서 다 참고 모았는데 어땠어?”라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지금부터 모아서 20살이 되면 배낭여행을 갈 거래요. 저축하면서 쓰고 싶은 걸 참는 동안에는 억울해하기도 하고 힘들어하는데, 목표를 이루고 나면 또 다른 목표를 만들어서 계획을 세우더라고요. 단기간으로라도 자주 이런 경험을 하게 해주면 나중에 성인이 돼서도 돈을 잘 관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지영 저는 따로 저축에 대해서는 가르쳐주진 않았고 돈의 가치나 물가의 개념 정도만 직접 느껴보도록 하고 있어요. 내 용돈으로 갖고 싶은 물건을 사보거나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데 사용하면서 그 기쁨을 얻으면, 다른 걸 하고 싶을 때도 돈이 필요하니까 저축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저축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설명해줘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요.

필요할 때마다 부모가 지갑을 열어주면 전적으로 부모에게만 의지하게 되는데, 용돈이 자기주도성을 키우는 수단이 되는 것 같아요. 정해진 용돈으로 여러 시도를 해보면서 자립심이나 자기주도성이 생기는 거죠. - 김지영

최선미 용돈을 주면서 효율적인 소비와 저축 같은 일종의 ‘경제교육’을 따로 했었나요?

강정아 처음에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했으니까 그럼 한번 써보라면서 그냥 돈을 한번 줘봤어요. 둘째, 셋째는 아직 초등학교 2, 3학년이라 돈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역시 순식간에 써버리더라고요. 그걸 몇 번 경험하게 한 다음에 정말 필요하고 사용하고 싶은데 썼는지 물었더니, 아무 생각이 없었고 돈이 그렇게 빨리 사라져버릴지도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오순희 초등학생은 돈의 가치나 경제관념을 제대로 인식시키기에는 좀 이른 것 같아요. 다만 너무 과한 소비에 대해서는 부모가 조절하면서 절제력을 키우게 해주는 거지 용돈으로 경제교육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용돈에서 얼마를 저축하고, 나머지를 어떻게 사용할지 세세하게 계획을 세우기에는 아직 어리다고 봐요. 초등학교 고학년 교과서에 경제교육이 실려 있기는 하지만, 체험을 해보는 정도고 실제로 계획을 세워서 용돈을 쓰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예요.

김지영 저도 경제교육 같은 거창한 생각으로 용돈을 준 건 아니었지만, 용돈이 자기주도성을 키우는 수단이 되는 것 같아요. 필요할 때마다 부모가 지갑을 열어주면 자기가 도대체 얼마를 쓰는지도 모르고 전적으로 부모에게만 의지하게 되잖아요. 정해진 용돈을 가지고 필요한 걸 사거나, 군것질하면서 친구에게 사주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면서 자립심이나 자기주도성이 생기는 것 같아요.

최선미 용돈을 주는 방법도 다양하죠. 매주 혹은 매월 용돈을 줄 수도 있고, 현금 대신 체크카드를 사용하게 하기도 하고요.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아이가 어디에서 뭘 샀는지 일일이 확인을 할 수 있으니까 일부러 체크카드를 주기도 한다고 해요. 앞으로 현금보다 카드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될 세대니까 그 환경에 먼저 적응하게 하는 효과도 있을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핀잔을 들을 것 같아서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으니까 일일이 내역을 확인하기보다는 아이의 소비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석지영 개인적으로는 체크카드를 사용하게 하는 건 반대해요. 어른들도 처음 카드가 생겼을 때 일단 막 사용했다가 다음 달 고지서를 보고 당황하는 경우가 한 번쯤은 있잖아요. 저도 한번은 아이들에게 네 돈이니까 마음대로 하라고 하고서는 지켜본 적이 있어요. 그러고 나서는 한 달 뒤에 그동안 얼마를 썼고 얼마가 남았는지 아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카드를 쓰는 것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쓸 때는 기분 좋지만, 돈이 나가는 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금방 사라져버리는 거죠. 효율적인 소비를 알려주면서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나가는 게 나중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오순희 아이가 버스를 타고 통학을 해서 필요할 때마다 교통카드를 충전하거나 심부름을 시키면서 남은 잔돈으로 군것질을 해도 좋다고 할 때가 있는데요. 그렇게 교통카드를 충전하고 군것질을 하는 데 얼마를 썼는지 한 달에 한 번씩 정리해서 보여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등학생까지는 아니고 중학생부터는 금액을 정해놓고 체크카드를 쓰게 하는 건 괜찮을 것 같아요.

아이가 잘못했다고 해서 용돈을 깎는 식으로 통제하기보다 서로 합의를 해서 마치 어른들이 사회에서 과태료를 내듯이 벌금을 내도록 하고 가정에 필요한 일에 함께 보태도록 하면 좋을 것 같아요. - 오순희

김지영 제가 용돈을 체크카드로 쓰게 하고 있어요. 사실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고, 친구들이 체크카드를 사용하고 있어서 자기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했거든요. 그래도 금액이 많지 않으니까 얼마를 썼는지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더라고요. 용돈을 주기 시작한 지 일 년 가까이 됐는데 아직은 용돈이 부족해서 더 달라고 하지 않는 걸 보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강정아 자기 이름으로 만든 카드면 조금 더 신경 써서 쓰지 않을까 싶어서 은행에 물어봤더니 15세부터는 본인 명의로 체크카드를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큰 아이한테 만들어주려고 했더니, 둘째가 적은 돈이라도 내 통장에 있는 돈을 직접 꺼내 쓰고 싶다며 자기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나이가 안 돼서 체크카드를 만들어주지는 못했는데, 부모 입장에서는 언제 어디서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좋고, 아이는 본인이 항상 잔액을 생각할 수 있어서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오순희 용돈기입장에 지출 내역을 기록하면서 얼마를 썼고, 잔액은 얼마인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지만, 실제로 꼼꼼하게 꾸준히 쓰기가 쉽지는 않더라고요.

석지영 저도 아이들에게 용돈기입장을 쓰라고 했는데, 둘째 아이가 돈을 어디다 썼는지 엄마가 감시하는 것 같아서 싫다고 하더라고요. 용돈기입장을 쓰는 것도 싫다고 하는데 체크카드는 더 감시받는다고 생각할 거예요. 다만 언제까지고 부모가 일일이 감시할 수는 없고, 실패해보는 것도 때로는 공부가 되는 거니까 아이가 직접 사용할 수 있게 본인 명의로 체크카드를 만들어 주는 것도 필요해 보이네요.

김지영 아이가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내역이 저한테 휴대전화 문자로 오는데 그걸 아이한테 말한 적은 없어요. 그래서 더 자유롭게 사용하는 같고요. 아마 자기가 쓰는 내역을 엄마가 다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조금은 의식할 것 같아요.

때로는 ‘상’? 때로는 ‘벌’?

최선미 쓰다 보면 용돈이 부족해서 추가로 용돈을 더 달라고 할 때도 있잖아요. 집안일을 하면 그 대가로 용돈을 보충해주거나 예를 들어 받아쓰기에서 ‘100점’을 맞으면 용돈을 더 주겠다는 일종의 상의 개념으로 용돈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오순희 지금 당장 절박하게 필요하다고 하면 저는 그냥 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은 거라면 집 안에서 당연히 분담해서 해야 하는 일 말고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일을 비록 부모와 함께라도 해냈을 때 그 대가로 용돈을 주고 조금씩 모아서 사용하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상의 개념으로 용돈을 주는 건 좋지 않다고 봐요. 노력해서 뭔가를 이루는 건 당연한 건데 오로지 돈이라는 보상만을 그 목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석지영 본인이 갖고 싶을 걸 사기 위해 필요한 거라면 노동에 대한 대가로 용돈을 줬어요. 예를 들어 강아지를 산책시키거나 아빠를 도와서 세차를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고정적으로 용돈을 받기 전에 필요하다고 할 때마다 그때그때 제가 돈을 줬을 때는 돈이 더 필요하다고 당당하게 말했는데, 용돈을 받고 나서부터는 돈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거의 없어요.

제가 원하지 않는 소비를 하거나 너무 한쪽으로 소비가 몰릴 때는 용돈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는 게 맞나 혼란스럽고 그걸 지켜보는 게 힘들 때도 있어요. 주변에 물어보면 다들 같은 고민을 하더라고요. - 석지영

강정아 저도 집안일을 하면 그 대가로 용돈을 준 적이 있었어요. 근데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장소인데 엄마가 집안일 하는 건 당연한 거고, 자기가 하는 집안일은 보상이 따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쓰는 장소니까 같이 치워야 하고 함께 식사했으니까 네가 설거지를 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이야기하면서 그런 식으로는 용돈을 주지 않았어요. 공동체생활에서 당연한 걸 두고 보상을 하는 건 잘못된 것 같아요.

최선미 용돈은 상의 개념으로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통제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죠. 예를 들어 잘못했을 때 “이번 주 용돈 없어! 이번 달 용돈 깎을 거야!” 하는 식으로요.

강정아 입장을 바꿔서 만약에 제가 잘못을 했을 때 남편이 생활비를 반만 주겠다고 하면 너무 화가 날 것 같아요. 아이들도 마찬가지겠죠. 매번 용돈을 받을 때마다 어떻게 쓸지 계획하고 있을 텐데 그런 수단으로 용돈을 이용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오순희 정해진 금액대로 용돈은 주되, 아이와 합의를 해서 마치 어른들이 사회에서 과태료를 내듯이 잘못된 행동에 대한 벌금을 내도록 하고 가정에 필요한 일에 함께 보태도록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다만 이 방법도 ‘그냥 돈 내고 말지’하며 넘어가 버릴 수도 있으니 잘 생각해봐야겠죠.

김지영 용돈은 아이가 생활하는 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용돈으로 통제하는 건 저도 반대해요. 아이만 벌금을 내도록 할 게 아니라 어른들도 같이 규칙을 정해서 지키지 못하면 벌금을 내고 가족이 함께 사용한 건 괜찮은 방법 같아요.

석지영 저희도 용돈에 페널티가 하나 있는데요. 저는 무엇보다 기본생활습관을 지키는 걸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서 아침에 자기 침대의 이불을 정리하지 않으면 2천 원씩 벌금을 내게 해요. 처음에는 5백 원으로 시작했는데, 금액이 적어서 그런지 큰 효과가 없어서 결국 2천 원까지 올렸어요. 용돈이 넉넉할 때는 잘 지키지 않을 때도 있지만, 용돈이 부족할 것 같으면 철저하게 지켜요. 아이가 꼭 해야 하는 일에 한해서는 이런 식의 제재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최선미 아이의 성향도 다르고 가정마다 환경도 다 다르기 때문에 용돈에 대해서는 딱 정해진 답은 없는 것 같네요.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용돈이 효율적인 소비나 생활습관을 기르는 데에는 많은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럼, 마지막으로 용돈을 주면서 고민이 되거나 어렵다고 느끼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오늘 학부모들의 수다를 마치겠습니다.

석지영 아이가 여중생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화장품을 사는 데 용돈을 가장 많이 써요. 제가 원하지 않는 소비이기도 하고, 너무 한쪽으로만 소비가 몰릴 때는 용돈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는 게 맞나 혼란스러워요. 용돈을 주기 시작한 지 아직 일 년 밖에 안 돼서 내색하지는 않았는데, 그걸 바라보면서 참는 게 가끔 힘들 때도 있어요. 그래서 주변에 물어보면 다들 같은 고민을 하더라고요.

강정아 용돈을 받아서 쓰고 있는 큰아이는 다행히 잘 사용하는 것 같아서 부모로서 큰 어려움은 없지만, 동생들이 용돈을 달라고 할 때는 고민이 돼요. 아직은 부모의 통제가 필요한 어린 나이라고 생각하는데, 언니를 보고서는 자기도 용돈을 달라고 할 때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해요.

오순희 용돈을 쓰는 아이뿐만 아니라 용돈을 주는 엄마도 계획을 잘 세워야 하고 경제관념이나 소비습관 등 챙겨야 할 건 많은데 실천을 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아이가 이제 중학교에 올라가는데 용돈관리나 돈의 가치 등 경제관념을 세울 때 부모로서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울 때가 있어요.

김지영 부모가 경제교육을 잘해줘야 하는데, 과연 그럴 만한 역량이 나에게 있을까 느껴질 때가 많아요. 이렇다 할 경제교육을 받으며 자란 것도 아니고, 도대체 어디에서 배워서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막막한 거죠. 그런 고민이 될 때마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조언을 해주거나 교육을 해주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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